김강민(40·SSG 랜더스)은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외야수로 꼽힌다. 남들보다 빠른 타구 판단과 스피드, 포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과감성, 홈까지 노바운드로 던질 수 있는 강한 어깨를 고루 갖췄다. 야성적인 호수비로 생긴 그의 별명도 '짐승'이었다.
그는 올해 1군 데뷔 후 어느덧 21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그의 포지션은 외야 수비의 핵인 중견수다. 김강민은 "내가 생각해도 수비 실력이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공을 세게 던지면 어디까지 갈지 모를 정도로 어깨가 좋았다"며 "지금은 완숙하고 정확하게 던지려고 한다. (수비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 시기를 늦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추신수나 오승환은 더 오래 뛸 수 있지만 난 은퇴가 코 앞이다"라고 웃었다.
그의 말과 달리 최고의 수비수 김강민의 기량은 현재진행형에 가깝다.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는 그를 두고 "아직도 중견수를 본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김강민이 의지만 있다면 (은퇴하지 않고) 더 오래 뛸 수 있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리그 최고의 수비수였던 후배 최지훈이 등장해도 김강민은 여전히 후배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다. 최지훈은 지난해 선수협이 선수 투표와 기록을 기반으로 시상한 리얼글러브 외야수 부문을 수상했다.
그런데도 김강민의 아성은 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김원형 SSG 감독은 "지훈이가 수비만으로 선수들에게 인정받았지만, 김강민 이상으로 하려면 송구에 섬세함이 부족하다"라며 "어깨나 송구 강도는 전성기 김강민만큼 좋지만, 정확도와 섬세함은 조금 떨어진다. 그것만 갖춘다면 김강민 이상의 수비수가 될 수 있다"고 두 사람의 수비를 평가했다.
김강민이 내놓은 송구의 답은 '완급 조절'이다. 그 역시 젊은 시절에는 전력으로 던지는 데 집중했다. 김강민은 초까지 재어가면서 송구 훈련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2012~2013년 즈음부터 송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했다. 정확하게 던지고 조절하는 법을 배운 덕분이다.
그는 "전력으로 던지지 않아도 80% 힘으로 정확한 포인트에 공을 던지면 주자가 아웃될 확률이 높다는 걸 알게 됐다"며 "예전에는 전력으로 던져야 아웃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니 그렇게 던지면 받는 사람도 힘들어지고 정확하지 않게 가서 받는 사람도 다음 동작이 힘들어지더라. 힘을 덜 쓰더라도 정확한 포인트에 던지도록 연습했다"고 했다. 이어 "최지훈도 그 과정인 것 같다. 조금 더 좋아지면서 더 완숙한 경지에 오를 것이다. 최지훈은 모든 면에서 나보다 빠르니 더 좋은 수비수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김강민이 돕는 건최지훈뿐만이 아니다. 이번 캠프에서 조동화 외야 수비 코치의 지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코치님이 옆에서 유서준을 많이 도와달라고 해 다른 선수들과 함께 신경 써주고 있다"라며 "코치님 몸이 하나라 매번 선수들을 1대 1로 지도할 수 없다. 선수들에게 부분마다 플레이하기 편한 포인트를 짚어주고 있다. 유서준에게는 더 디테일하게 송구 훈련도 돕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을 바라보는 그의 소원은 우승이다. 그는 "(동료들이) 건강하다면 작년보다는 무조건 더 좋은 팀 성적을 낼 것"이라며 "솔직히 정말로 우승했으면 좋겠다. 우승하고 은퇴하고 싶은데 내가 오랜 시간을 뛸 수는 없다. 내 욕심이지만 빨리 우승하면 좋겠다"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