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골프웨어 브랜드는 한국을 향하고, 토종 골프웨어 브랜드는 해외를 향해 진군 중이다. 코로나19로 한국에 만개한 골프 붐이 빚어낸 새로운 현상이다.
한국에 힘주는 아디다스골프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운영하는 아디다스골프는 최근 모델 겸 방송인 배정남을 2022년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패션 브랜드에서 앰배서더란 사실상 모델을 뜻한다. 배정남은 향후 1년간 아디다스골프의 얼굴로 활약하면서 브랜드를 알릴 예정이다.
이례적이다. 아디다스골프는 2006년 당시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던 차범근·차두리 부자를 공식 모델로 발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에는 안신애 등 주요 선수를 후원하는 것 외에 인지도가 높은 셀럽을 공식 앰배서더로 기용한 적은 없다고 알려진다. 배정남은 아디다스골프가 약 16년 만에 기용한 굵직한 한국인 셀럽인 셈이다.
그만큼 한국 골프웨어 시장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디다스골프는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라이선스(한국 기업이 브랜드 판권을 사와서 생산하는 것)' 브랜드가 아니다. 글로벌 아디다스 본사가 직접 골프웨어를 주관하고 있고, 한국 시장 역시 관할한다.
아디다스골프 관계자는 본지에 "아디다스골프는 라이선스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본사가 아디다스코리아 지사를 통해 한국 시장을 직접 핸들링하고 있다"며 "이번 앰배서더로 발탁은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남의 모델 발탁이 의미하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패션이다. 아디다스골프는 그동안 한국에서 골프웨어보다는 골프화에 방점을 찍어왔다. 지난해 중요하게 선보였던 제품 역시 대부분 골프화였다. 퍼포먼스 골프 브랜드로서 '열 세번째 클럽'으로 불리는 골프화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Z세대에 무신사 출신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배정남의 앰배서더 발탁은 아디다스골프가 골프화 외에도 골프웨어로서 한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디다스골프 측은 "이번 S/S 신제품은 지난 시즌보다 패셔너블해졌다"며 "2022년에는 앰배서더 배정남과 함께 아디다스골프의 감각적인 골프웨어 스타일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외로 나가는 토종 브랜드 '왁'
아디다스골프가 한국 시장에 힘을 줄 때,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은 세계 최대 골프 시장인 미국에 도전장을 냈다.
코오롱FnC는 지난달 25일 왁을 글로벌 골프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코오롱FnC는 미국 골프 유통기업 ‘WGS(월드와이드 골프 숍)’와 파트너십을 맺고 오는 4월부터 미국 내 8개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왁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에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왁은 2020년 일본 ‘타키효’와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맺고, 올해 15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베이징 SKP 백화점 내 프리미엄 골프 편집숍 ‘S+G’에 입점했는데, 올해 10개까지 매장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찔러보기 식이 아니다. 코오롱FnC는 왁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왁 사업부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회사로 분리했다. 신설 법인의 대표이사는 프로골프 선수 경력의 김윤경 상무가 맡는다. 왁은 지난해 전년보다 매출이 80.8% 늘어났다. 규모는 400억원 수준으로 높지 않지만,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유석진 코오롱FnC 대표이사는 “왁은 코오롱FnC가 론칭한 토종 브랜드로 지난해 2배 성장해 그 저력을 확인했다. 미국 진출을 통해 최초의 대표적인 K 골프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불어온 골프 인기 덕이다. 업계 관계자는 "콧대 높은 글로벌 브랜드는 한국 골프웨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배팅 중이고, 토종 브랜드는 자신감을 발판으로 해외로 나가는 중"이라며 "최근 패션 시장에서 골프웨어가 가장 활력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4조6315억원이었던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이듬해 11% 신장한 5조12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6조3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