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만 41세(1981년생)의 젊은 리더십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크게 흔들린 기업 문화부터 손본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신뢰 회복을 위한 경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당면 과제는 기업 문화 회복"
네이버는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열린 제23기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최수연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최 대표는 주총 이후 취임 일성으로 건강한 근무 환경 조성에 팔을 걷어붙일 것을 약속했다.
최 대표는 "제가 선임된 것은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엄청난 신뢰이자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 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 대표는 내정자로 지목되고 나서 연초부터 직원들과 소통하는 데 힘썼다. 신입사원 코드데이와 별도 프로그램에서 400여 명과 만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조직 개편 등 경영 쇄신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음 달 자리를 마련해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공식 데뷔에 기대가 쏟아졌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노조는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채선주 CCO(최고소통책임자)가 작년 5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당시 인사를 책임지는 경영진에 속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네이버는 새로운 리더십의 안정적인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채 CCO 역시 "잘 새겨듣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은 "(채 CCO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직원들이 우려를 표해 그것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사측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게 아직 없지만, 협상이 잘 되고 방향이 잘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지회장은 최 대표가 직원들과 접점을 넓히는 것과 관련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은 좋아 보인다"고 했다.
글로벌 경쟁력으로 제2 웹툰 만든다
최수연 대표는 회사를 둘러싼 잡음 해소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인다. IT 창업 세대에서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의 전환이라 더욱 뜻깊다.
최 대표는 "2년 전 네이버에 합류하고 사업들의 글로벌 확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업계나 파트너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직접 확인했다"며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라인(메신저)·웹툰·제페토(메타버스)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의 이런 자신감 뒤에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축적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최 대표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해 4년 동안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일했다.
이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M&A(인수·합병)·자본시장·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경력을 이어가다 2019년 네이버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을 지원했다. 자녀 한 명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