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설움을 딛고 일어났다.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새 출발 하는 두 베테랑, 임창민(37)과 김지용(34) 얘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비로 취소된 14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불펜진 구성에 대해 언급하며 "임창민과 김지용 모두 필승조로 쓸 수 있다. 투구와 경험 모두 (두산의) 다른 투수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임창민은 지난 1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에서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2㎞. 프로 데뷔 14년 차 베테랑답게 완급 조절과 수 싸움이 돋보였다. 낮은 코스 슬라이더와 포크볼로 타자의 시선을 흔든 후 높은 코스 직구로 배트를 끌어냈다.
김지용도 13일 키움과의 시범경기에서 1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호투했다. 주 무기 슬라이더로만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0㎞ 정도였지만, 공에 힘이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임창민은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페이스를 빨리 올리더라. 자신만의 루틴인 것 같다. 더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보다 좋은 투구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김지용에 대해서는 "볼 배합 등 타자와의 승부 패턴이 우리 팀 젊은 투수들보다 낫다"고 칭찬했다.
임창민은 2021시즌 종료 후 전 소속팀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됐다. 그는 2015~2017시즌 NC 마무리 투수를 맡아 86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이력도 있다. 2021시즌도 17홀드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NC와 동행하지 못했다.
김지용도 시련을 겪었다. 2016~2018시즌 LG 트윈스 불펜 핵심 투수로 활약하며 38홀드를 기록했던 그는 2018년 9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2021시즌까지 2군을 전전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LG를 떠나야 했다.
두산은 불펜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2021시즌 후반기 구원 투수를 맡았던 이영하는 선발 투수 복귀가 유력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셋업맨 박치국은 2022년 상반기까지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결국 1군 경험이 많은 임창민과 김지용을 품었다.
두산이 이들을 영입할 때는 필승조 활용까지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재기를 노리는 두 투수는 스프링캠프 훈련과 실전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정재훈 투수 코치도 "역시 베테랑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창민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0㎞대 후반이다. 구속은 더 오를 수 있다. 김지용도 주 무기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전성기만큼 좋아졌다는 평가다. 몇 년 동안 재활 치료를 하며 정신적으로도 단단해졌다.
두산 마운드는 2020시즌에도 부상자 속출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이적생 홍건희와 이승진이 필승조에 안착했고, 그해 한국시리즈(KS)까지 진출했다. 두 투수는 지금도 두산 불펜의 주축이다. 이름값은 임창민과 김지용이 더 높다. 두산이 다시 한번 '이적생 성공사'를 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