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6)은 2022년 KT 위즈 마운드 키플레이어다. 선발진 백업과 불펜 핵심 보직을 모두 맡을 전망이다.
엄상백은 지난해 후반기 팀 마운드 운영에 큰 힘을 보탰다. 상무 야구단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후 팀에 복귀, 체력이 떨어진 기존 선발 투수들의 휴식 공백을 차례로 메웠다. 총 9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경기당 5이닝을 소화하며 4승을 챙겼다. 퓨처스리그에서 두 시즌(2020~2021) 동안 선발로 뛰며 쌓은 실력과 경험을 앞세워 KT의 새 선발 옵션으로 인정받았다.
KT는 선발진이 강한 팀이다. 지난해 10개 구단 최다 팀 선발승(53승)과 최다 팀 퀄리티스타트(76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3.69)도 1위였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는 1~4차전 등판한 네 투수 모두 승리를 챙겼다. 정규시즌 에이스 역할을 해낸 고영표가 구원 투수로 나서야 할 정도였다.
기존 5인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고영표-배제성-소형준은 올해도 건재하다. 여기에 엄상백까지 가세했다. 다섯 번째 선발 투수 낙점을 두고 고민하는 팀이 대부분이다. KT는 여섯 번째 옵션까지 탄탄하다.
이강철 감독은 스프링캠프 내내 '6인 로테이션' 가동을 두고 고민했다. 구위, 경기 운영, 이닝 소화 능력 모두 빠지지 않는 엄상백에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맡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기 레이스 변수를 대비해야 했다. 올해는 국제대회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이탈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는 주축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배제성, 소형준 등 아직 병역 의무를 소화하지 않은 선발 투수들의 이탈 공백을 대비, 엄상백에게 풀타임 선발 경험을 부여할 필요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6선발' 체제는 보류다. 이강철 감독은 16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일단 엄상백은 불펜에서 시작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데스파이네의 루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흘 만에 등판할 때 가장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인데, 그런 그의 루틴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동안 다른 투수들이 돌아가며 하루씩 더 휴식했다. 5선발 체제에서도 종종 7~8일 만에 등판하는 투수가 있었는데, 6선발로 운영하면 등판 간격이 더 벌어지게 된다. 이강철 감독은 일단 좋은 성적을 냈던 지난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엄상백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체력 관리가 필요한 선발 투수가 나오면 언제든지 대체 선발로 투입될 전망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9월 10~25일)에는 선발 투입이 확실하다. 3이닝 이상 막아주는 롱릴리프뿐 아니라 선발 투수와 필승조 사이 연결 고리도 해줘야 한다.
엄상백은 3년 만에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그 어느 해보다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강철 감독도 스프링캠프에서 "구위와 제구 등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라고 했다. 엄상백은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15일 두산전에서 2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위력적인 공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