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진출했다’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됐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세계 음악 시장이 미국, 유럽권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그룹 모모랜드는 지난 1월 디지털 싱글 ‘야미 야미 러브’(Yummy Yummy Love)로 남미 블루오션 공략에 나섰다. 남미에서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 나티 나타샤와의 컬래버레이션, 오직 영어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 현지 팬들을 공략하기 위한 콘셉트의 변화 등 영리한 계획은 모모랜드가 남미를 뒤흔들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현지 음악 차트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야미 야미 러브’는 지난달 남미 최대 음원 사이트 앵글로 모니터(ANGLO monitor) 메인 차트에서 톱10에 오른데 이어 최근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멕시코 바이럴송 톱100 차트에서 85위에 이름을 올리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그런가 하면 4세대 아이돌 그룹은 결성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기획된다. 영국 NME가 “이제 K팝에 루키(유망주·rookies)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차세대 글로벌 스타’를 말하는 것”이라고 평한 만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이 다져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데뷔 시점부터 드넓은 세계무대를 주로 활동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데뷔 4개월 만에 북미 5개 도시 및 유럽 10개 도시 월드투어를 전석 매진시킨 에이티즈(ATEEZ)는 올해 역시 미국에 이어 스페인 마드리드, 영국 런던을 포함한 6개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펼친다. 특히 비틀즈, 아바, 비욘세,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여러 차례 콘서트를 개최한 공연장에서 아레나급 공연을 이어간다고 해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Mnet ‘걸스플래닛999’를 통해 선발된 그룹 케플러(Kep1er)의 인기는 해외 팬덤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해외에서 투표가 가능했던 덕분에 해외 팬덤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K팝 팬덤 데이터를 집계하는 스페이스 오디티의 ‘케이팝 레이더’에 따르면 타이틀곡 ‘와다다’(WA DA DA)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일본이 19.5%로 가장 높았으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이 뒤를 이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그룹 엔믹스(NMIXX) 론칭 이전인 지난해 6월부터 SNS를 통해 콘셉트 영상과 블라인드 패키지 등을 공개하는 데 이어 8월부터는 멤버들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해외 팬들과 소통에 힘썼다. 그 결과 데뷔곡 ‘오오’(O.O)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조회 수 2000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해외 팬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데뷔 앨범 ‘애드 마레’(AD MARE)의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은 한터차트 기준 22만7399장을 기록, 역대 걸그룹 데뷔 음반 기준 1위이자 싱글 앨범 기준 3위라는 기록을 썼다. 가요계에서는 해외 팬 유입이 흥행 그리고 K팝과 아티스트의 수명 연장의 열쇠가 되면서 해외 팬덤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수록, 또 해외 팬을 많이 유입시킬수록 음반 판매량 증가 등 눈에 띄는 수치 달성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은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나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기록 달성 등에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기획사들은 해외 제작사, 산하 레이블과 함께 신인 그룹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에스파를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SM엔터테인먼트는 미국의 대형 제작사 MGM과 손잡고 미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할 보이그룹 ‘NCT할리우드’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브는 하이브레이블즈재팬이 주최하는 오디션 ‘앤오디션 더 하울링’(&AUDITION - The Howling)을 통해 일본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활동할 차세대 보이그룹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