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이 5년 만에 '봄 배구'에 나선다. '리빙 레전드' 박철우(37)와 신영석(36)을 영입한 선택이 결실을 보았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30일 2021~2022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1로 꺾었다. 승점 56점(20승 16패)을 마크하며 리그 3위 우리카드와의 승차를 3점으로 줄였다. 프로배구는 3·4위 승점 차가 3점 이하면 준플레이오프(PO)를 개최한다. 이로써 한국전력은 2016~2017시즌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한국전력은 2018~2019시즌, 2019~2020시즌 연속으로 리그 최하위에 그치며 암흑기를 보냈다. 주포였던 전광인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했고, 서재덕이 입대하면서 국내 선수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는 더뎠고, 외국인 선수 의존도만 높아졌다. 감독을 교체하고, 훈련 인프라를 개선하며 쇄신을 노렸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윈나우' 기조를 강화하며 선수 영입에 나섰다. 2020년 4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베테랑 박철우를 영입하며 구단 역대 최고 연봉(최대 7억원)을 안겼다.
당시 한국전력의 선택에 의견이 분분했다. 박철우가 삼성화재 왕조를 이끈 리그 대표 라이트 공격수라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선 탓에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라이트는 보통 외국인 선수에게 맡기는 포지션이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2020년 11월 다시 한번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트레이드로 현대캐피탈의 대들보였던 센터 신영석을 영입했다. 잠재력이 큰 세터 김명관, 레프트 기대주 이승준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박철우는 이적 첫 시즌(2020~21) 대한항공 에이스 정지석에 이어 국내 선수 득점 2위(596점)에 올랐다. 신영석도 블로킹(세트당 0.662개)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9~2020시즌 24점이었던 한국전력의 승점도 55점까지 올랐다. 비록 봄 배구 진출은 실패했지만, 도약 가능성을 확인했다.
두 선수는 이적 두 번째 시즌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신영석은 다시 한번 블로킹 1위에 올랐다. 한국전력 제공권 싸움을 이끌었다.
박철우는 주 포지션(라이트)에 외국인 선수 다우디 오켈로(등록명 다우디)가 가세한 탓에 경기 출전 시간이 줄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진가를 발휘했다. 시즌 막판 서재덕과 다우디가 차례로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이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특히 봄 배구 진출 분수령이었던 3월 19일 리그 1위 대한항공전에서 20득점(공격 성공률 51.61%)을 쏟아냈다. 봄 배구 진출을 결정한 3월 30일 KB손해보험전에서도 컨디션을 난조를 보인 다우디 대신 교체 투입돼 22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1일 우리카드와 PO 진출을 두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이번 시즌 우리카드에 6전 전패를 당할 만큼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봄 배구 경험이 많은 박철우와 신영석이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한국전력의 베테랑 듀오 영입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점이 이미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