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스물 하나’가 주인공들의 장거리 연애 서사에 미국 ‘911 테러 사건’을 이용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2일 오후 방송된 tvN 주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특파원이 돼 뉴욕으로 떠난 백이진(남주혁)의 리포팅 화면을 나희도(김태리)가 한국에서 방송을 통해 보는 장면이 그려졌다.
훈련을 마치고 허겁지겁 TV를 켠 나희도는 때마침 등장한 백이진을 보곤 “딱 맞췄어”라며 미소를 보였다. 이때 백이진이 리포팅하던 건 ‘911테러 사건’이었다. 서 있는 백이진의 뒤론 자욱한 안개에 뒤덮인 뉴욕 빌딩이 그려졌다.
이후에도 나희도는 매일같이 뉴스를 챙겨 봤다. 백이진이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만 나오는 날엔 “오늘은 목소리만 나오나 보네”라며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백이진은 나희도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목소리만 나와서 실망했어?”라고 말했고, 이 말에 나희도는 웃음을 보였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들이 방송에서의 활동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미소 짓는다는 설정은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 ‘911테러 사건’이 쓰였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911 테러’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이다. 테러 사건 발생 당일 공식 사망자만 2996명, 부상자 6291명을 냈다. 이는 전쟁을 제외한 단일 사건으로는 역사상 최대 피해다. 여전히 미국에서는 이때의 사건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런 끔찍한 테러 사건 속에서 아무리 자신의 남자 친구가 중계를 하고 있다고 한들 관련 뉴스를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다는 건 부적절한 설정이었다는 지적이다.
제작진은 네이버TV에 관련 클립 영상을 공유하면서 ‘장거리 연애중인김태리의비애ㅠㅠ 뉴스로만 만나는 남주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타국의 참사를 드라마 소재로 사용하면서 ’여주인공의 비애‘에 초점을 맞추는 것 역시 고민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청자들은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는 드라마 아니냐. 이거 찍을 때 아무도 안 말렸느냐”, “다른 나라의 참사를 연애 장치로 쓰다니”, “진짜 선 넘었다”, “국가 트라우마는 건드리는 거 아니다” 등 반응을 보이며 제작진에 대한 질타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