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플레이오프(PO)에서 만난 아산 우리은행과 인천 신한은행이 7일 PO 2차전에서 배수진을 쳤다.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승리가 절실한 건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지난 5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여자농구 PO 1차전에서 신한은행에 90-65 대승을 거뒀다.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우리은행의 전력도 좋았지만, 신한은행 전력이 온전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지난 정규리그 6라운드를 마친 후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팀 에이스 김단비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격리됐다. PO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선수들의 격리 해제를 기다렸지만, 결국 이날 대부분의 선수가 결장한 채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날 신한은행은 무리하지 않았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격리 해제된 선수들도 바로 뛸 몸 상태가 아니었다. 경기 전 미팅 때도 '선수가 먼저이지 게임이 먼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수단에 말했다"며 "해제 후 선수들의 폐를 검사했는데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선수들이 최대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 선수들 컨디션이 괜찮다면 2차전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주축 선수들이 빠진 자리에 이혜미, 고나연, 변소정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대거 나섰다. 구나단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어떻게 보면 너희에게 최고의 기회다. 이런 무대에서 언니들과 뛸 수 있다는 게 (커리어의) 시작이 될 수 있으니 자신 있게 하라'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대패했지만, 전반까지 대등하게 붙을 정도로 성과도 있었다. 구나단 감독은 경기 후에도 "선수들이 잘해줘서 기쁘다. 리바운드에서 대등하게 싸워줬다"며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보였던 경기였다. PO 2차전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리은행은 PO 1차전 승리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찜찜한 부분도 남아있다.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84.8%에 이른다. 대신 우리은행에는 'PO 징크스'가 있다. 2018~2019시즌과 2020~2021시즌, 최근 두 번의 PO에서 모두 1차전에 승리하고도 1승 2패로 패퇴했다. 당시엔 상대 팀이 모두 삼성생명이었다.
설령 이기더라도 3차전까지 가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코로나19로 시리즈가 미뤄진 두 팀과 달리 정규리그 우승팀 청주 KB는 부산 BNK를 일찌감치 꺾고 챔프전에 선착해 있다. 3차전까지 혈투를 벌이고 올라간다면 어느 팀이든 KB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PO 1차전을 마친 뒤 "3차전까지 가면 누가 올라가도 재미없는(일방적인) 챔프전이 될 것 같다. 양쪽 다 벼랑 끝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한은행이 더 그렇겠지만, 우리 역시 2차전이 벼랑 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훈 선수였던 박혜진 역시 "목표는 챔프전이지만 PO 2차전을 앞두고 멀리 보지 않겠다. 다음 경기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PO 2차전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팀은 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