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아카데미가 시상식 도중 무대에 난입해 시상자의 뺨을 때린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에 대해 10년간 시상식 참석을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8일(현지 시간)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미스는 지난달 27일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장편 다큐멘터리상 시상자인 크리스 록이 탈모증을 앓는 아내를 농담으로 놀리는 발언을 하자 격분해 그의 뺨을 때렸다.
이후 그는 사과 성명을 내고 아카데미 회원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당초 아카데미는 스미스에 대해 회원 제명과 자격 정지 등의 징계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스미스가 회원직을 반납하자 이날 회의에서 오스카 시상식과 다른 아카데미 행사 참석을 10년 동안 금지하는 별도 제재안을 의결했다.
아카데미는 “오스카 시상식은 지난 한 해 동안 놀라운 일을 해낸 우리 업계의 많은 사람을 축하하는 자리였다”며 “하지만, 스미스의 용납할 수 없고 해를 끼치는 행동이 시상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이후 스미스는 성명을 내고 “아카데미 결정을 받아들이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영화 ‘킹 리차드’로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이번 처분에 따라 내년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다음 해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은 오스카의 전통이었으나 스미스는 이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다만, 아카데미는 스미스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취소하지 않았다.
이 단체는 과거 ‘미투’ 사건에 연루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감독 로만 폴란스키 등을 제명했으나 이들의 수상 경력을 무효로 한 적이 없다.
아울러 아카데미는 앞으로 스미스를 오스카상 후보로 계속 선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스카 후보 지명은 회원 자격 여부와 상관없이 결정된다.
한편, 아카데미는 폭행 사건 직후 스미스를 바로 퇴장시키지 않은 건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시상식 당시 스미스는 록을 때린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사장 앞자리에 계속 앉아있었고 약 1시간 뒤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아카데미는 “TV 방송 중 우리는 그 상황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했다. 우리가 모범을 보일 기회였으나 부족했고 전례 없는 사태에 대비하지 않았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평정을 유지한 크리스 록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