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들에 둘러싸였다. 지난해 출소 이후에만 하더라도 활발한 활동으로 국내 경제 부양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경영승계 재판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데다 노사 문제와 대형 인수합병(M&A) 지연 등이 겹치며 초격차 전략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경영승계 재판·노조 골칫거리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신경을 써야 하는 현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불법 경영승계 의혹과 관련해 매주 목요일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 재판과 관련해 검찰 측에서 내세운 증인만 100명이 넘기 때문에 심리만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공판 일정이 잡혀있다. 검찰 측 증인 심리만 해도 해를 넘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불법 경영승계 재판도 골치 아픈 데 검찰에서는 다른 혐의로 이 부회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 실장을 고발한 사건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일까지 수원 삼성전자와 본사와 성남 삼성웰스토리 본사를 이틀 연속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영승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겨냥하고 있어 향후 기소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확보한 순이익을 대부분 삼성의 오너 일가가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에 배당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고발 대상과 내용에는 이 부회장과 경영 승계와 관련된 부분이 없었다”며 수사 확대에 대해 경계했다.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검찰은 최 전 실장을 불러 계열사가 웰스토리를 지원하게 된 동기를 조사할 계획이다. 웰스토리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계열사에 입힌 손해를 추산해 업무상 배임 혐의도 수사선상에 올려두고 있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금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협의회와의 임금협상이 역대 최초로 4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2~3월 중 당해 연도의 임금인상률을 확정해왔다. 그러나 연초부터 협상을 벌여온 노사협의회는 임금인상률과 복리후생 개선안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측은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노조는 최초로 파업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출소 후 공식적으로 노조를 인정했기 때문에 임금협상 타결 여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삼성그룹 노조.
기약 없는 M&A와 주가 회복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독 등에서 근무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를 영입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머로우소달리에서 근무한 오 다니엘 이사가 IR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발맞춰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통솔하고 있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이번 영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팀장이 아니라 IR 팀원일 뿐이다. IR팀 또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는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IR팀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신저가를 계속 경신하고 있는 주가다. 12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1.33% 떨어진 6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10만 전자’를 바라봤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최대 실적에도 맥을 못 추고 있어 ‘동학개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다양한 요소들이 주가 상승을 막고 있다. 그중 대형 인수·합병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거들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대형 M&A가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지난 정기 3월 주주총회에서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M&A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M&A 협상 진전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휴대폰 등 기기 결함에 대한 이슈가 논란이 되면서 주가는 더욱 하방 압박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A에 대해 접촉이나 협상이 있었다면 공개가 됐을 텐데 감감무소식이다. 글로벌 정세상 현시점에서 대형 M&A 가능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월 16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