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 빅3가 지난해 나란히 두 자릿수 매출을 올리면서 외형적 성장을 일궜다. 코로나19로 등산 열기가 이어졌고, '원마일웨어(실내와 집 근처 1.6㎞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의 인기 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골프웨어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아웃도어 업계가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간판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와 블랙야크·K2 3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가 54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하며 부동의 1위를 달렸다. 블랙야크는 매출이 17% 신장한 3365억 원, K2가 14% 늘어난 4022억 원을 기록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 증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캠핑이나 등산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한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1년 차였던 재작년에는 매출 등에 타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실내는 물론 가까운 야외에서도 즐기는 원마일웨어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처럼 입는 '고프코어룩'도 인기다. 고프코어룩은 아웃도어를 상징하는 ‘고프’와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인 ‘놈코어’의 합성어다. 최근 출시된 고프코어룩은 기존의 투박하고 전형적인 아웃도어 스타일을 벗어나 편안함과 멋을 동시에 추구해 젊은 세대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전언이다. '아줌마·아저씨'의 운동이라고 여겨졌던 등산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까지 확산하면서 핫한 스포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등산이 정복의 매력이 있고 또 운동량이 적지 않아 몸매 관리에 효과가 있다"며 "정통 아웃도어는 기본적으로 품질이 뒤따르기 때문에 새로운 소비 계층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심할 수는 없다.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골프웨어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골프웨어 브랜드가 론칭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골프웨어 브랜드는 100~200여 개에 달하는데, 이중 상당수는 최근 1~2년 안에 론칭한 신규 브랜드다.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필드 외에도 일상생활에서도 접목할 수 있는 원마일웨어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소비자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골프웨어와 아웃도어 모두 스포츠웨어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골프웨어가 급격하게 성장하면 아웃도어 매출에도 일시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검토하는 가운데 일상 회복이 될 경우 아웃도어 매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미뤘던 정장이나 여성복을 사들이는데 지갑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는 아웃도어의 외형 못지않게 내실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높은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1000억 원대를 넘어 선 아웃도어 브랜드는 노스페이스 하나였다. K2는 650억 원, 블랙야크는 11억 원이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7%나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1억 원에 그친 블랙야크가 아쉽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친환경 재생섬유인 '플러스틱'에 비용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반의 패션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면서 브랜드 재편에 따른 투자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아웃도어 브랜드 빅3는 과거 한 차례 버블이 무너진 뒤에도 살아남은 브랜드다. 친환경이라는 화두 속에 품질과 브랜딩으로 성장을 이어나가는 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