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선발 투수들이 등판하는 순번.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도 에이스급 투수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KIA 타이거즈는 양현종, 두산 베어스는 로버트 스탁.
양현종은 앞선 세 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50, 스탁은 1.93을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양현종은 승수가 없었고, 스탁은 2승을 거뒀다.
두 선수는 에이스다운 투구를 보여줬다. 6회까지 나란히 1점씩만 내줬다. 양현종은 넓어진 스트라이크존(S존)을 마음껏 활용하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3회 초 2사 1·2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빗맞은 좌전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주긴 했지만, 다른 이닝은 흠잡을 데 없었다.
스탁의 영점은 흔들렸다. 특히 2회 왼손 타자 기준 바깥쪽 공이 S존에서 크게 벗어났다. 그러나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했다. 2회는 2사 1루에서 연속 4사구와 폭투로 1점을 내줬지만, 이어진 위기에서 절묘한 슬라이더로 김도영을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6회 2·3루 실점 위기에서도 한승혁을 삼진 처리했다.
7회는 희비가 엇갈렸다. 양현종이 강진성-김재호-박세혁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은 반면, 100구에 다가선 채 마운드에 오른 스탁은 1사 뒤 연속 안타를 맞고 위기에 놓였다. KIA 간판타자 나성범은 삼진 처리했지만, 이 승부에서 공 9개를 던지며 어깨 힘이 소진됐다. 후속 타자 최형우에게 던진 초구가 공략당하며 좌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긴 균형이 깨졌다.
투수전은 품격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경기 양상은 이 경기 결과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일단 양현종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도 또 첫 승을 날렸다. 8회 초 셋업맨 장현식이 선두 타자 안재석에게 안타를 맞았고, 1루수 황대인이 대주자 조수행을 잡기 위해 시도한 장현식의 견제구를 놓치며 진루를 허용했다. 2사 뒤엔 3루수 류지혁의 송구 실책까지 나왔다. 장현식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리그에서 가장 수비력이 좋은 두산 내야진도 무너졌다. 3-2로 앞선 8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투수 임창민이 대타 이우성에게 땅볼을 유도했지만, 유격수 김재호가 공을 다리 사이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이어진 상황에서 임창민은 타자 류승현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지만, 이미 1루 주자가 2루에 다가선 상황에서 굳이 송구했다. 공은 외야로 빠졌고, 주자는 3루까지 밟았다. 바뀐 투수 김강률은 타자 김도영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떨어진 품격. 3-3 균형을 이룬 경기는 결코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승부도 실책으로 갈렸다. 9회 초 2사 1·2루에서 두산 정수빈이 안타를 쳤는데, KIA 좌익수 이우성이 쇄도하며 공을 잡으려다 뒤로 빠뜨리고 말았다. 타구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제대로 송구만 이뤄졌다면, 홈에서 승부가 가능했다. 2루 주자 오재원은 무난히 홈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