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타격기계 장효조도 넘어섰다
‘천재 타자’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최연소 기록과 최소 경기 타격 기록을 차례로 갈아 치운 그가 마침내 30년 묵은 통산 타율 기록까지 바꿔 버렸다.
이정후는 지난 19일 인천 SSG랜더스전에서 5차례 타석에 들어서면서 프로 통산 타석 수를 3002로 늘렸다. 동시에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KBO리그 통산 타율 순위에서 단숨에 1위(0.339)로 올라섰다. 20일 SSG와의 경기에서도 4타수 1안타(솔로 홈런)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30년간 부동의 통산 타율 1위는 ‘타격 기계’로 통하는 고(故) 장효조였다. 장효조는 1983년부터 1992년까지 10년간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면서 통산 964경기에 나와 타율 0.331(3050타수 1009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김태균(0.320)·양준혁(0.316) 등 정상급 타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은퇴했다. 현역 타자 중 순위표에 이름을 올린 박민우(0.326), 박건우(0.326), 손아섭(이상 NC 다이노스·0.324) 등도 아직 통산 타율 0.331을 넘긴 적은 없다.
이정후는 출발부터 달랐다. 2017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뒤 첫해부터 144경기를 모두 뛰면서 179안타를 때려냈다. 역대 신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 타율은 0.324였다. 이후 매년 타율 0.333을 넘기면서 안타 160개 이상을 기록하는 정교함을 자랑했다. 2019년에는 안타 193개로 개인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에는 타율 0.360을 기록해 데뷔 후 처음으로 타격왕 타이틀도 손에 넣었다. 1994년 타격왕이었던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와 함께 세계 최초로 ‘부자(父子) 타격왕’ 에 오르는 기쁨도 맛봤다.
그렇게 승승장구한 결과가 ‘통산 타율 1위’라는 훈장으로 돌아왔다. 이정후 자신도 이 기록이 뿌듯했던 모양이다.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통산 타율 1위 소식을 올리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정후는 입단 당시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아버지의 별명이던 ‘바람의 아들’을 응용한 단어였다. 이제는 KBO리그에 한 획을 그은 이종범 코치가 ‘이정후 아버지’로 불릴 정도다.
실제로 이정후는 아버지가 남긴 기록을 하나씩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선 23세 7개월 28일의 나이로 670경기 만에 통산 900번째 안타를 때려냈다. 이승엽(24세9개월13일)과 이종범(698경기)을 넘어 선 역대 최연소이자 최소경기 기록이다.
이 기세라면 올해 안에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1000안타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다. 이승엽이 남긴 최연소 기록(25세8개월9일)은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가 보유한 최소경기(779경기) 기록을 깨는 게 쉽지 만은 않다. 앞으로 107경기 안에 안타 99개(19일 기준)를 채워야 한다. 물론 현역 선수인 이정후의 통산 타율은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다. 향후 성적이나 변수에 따라 장효조의 타율(0.331)보다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정후’이기에 타율이 더 높이 오를 가능성도 열려 있다. KBO리그 역대 최고 타자를 향한 이정후의 날갯짓에 힘이 실렸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