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은 지난해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총 44경기에 출전해 4승 2패 20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 김원중에게 공을 잘 넘겼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깜짝 변신에 나섰다. 선발 투수로 테스트를 받은 것이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최준용의 보직을 '빈칸'으로 뒀다.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늑골 피로골절 부상을 당했던 김원중이 3월 말 연습경기에서 왼 허벅지 내전근 손상을 당해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서튼 감독은 최준용에게 선발 투수도, 셋업맨도 아닌 '임시 마무리'를 맡기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임무를 맡았어도 최준용은 단단하다. 25일까지 10경기에 등판해 7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고 있다. 최준용의 최대 강점은 전체 구종의 76%를 차지하는 직구다.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투구 패턴이 단순하지만 스피드와 회전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자의 배트를 무력화한다. '알고도 못 친다'는 말이 딱 맞다. 피안타율은 0.175로 낮다. 마무리 투수에게 중요한 탈삼진은 이닝당 1개(11과 3분의 1이닝 14개)를 가뿐히 넘긴다. 반면 4사구는 단 1개뿐이다.
최준용의 등판 상황을 보면 사령탑의 믿음이 엿보인다. 정규시즌 첫 등판(4월 3일 키움전)부터 2이닝을 책임졌다. 지난 15일 KT 위즈전에선 9-7로 앞선 8회 말 2사 1루에서 등판, 1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거뒀다. 지난 17일 KT와 경기에서는 3-0으로 앞선 9회 초 완봉승을 앞둔 찰리 반즈가 2사 1·3루 위기에 몰리자 최준용에게 등판 지시가 떨어졌다. 그는 헨리 라모스를 삼진 처리하고 경기를 매조졌다. 지난 21일 한화전에서는 6-6 동점이던 8회 1사 1·2루에서 등판해 9회까지 아웃카운트 5개를 올렸다.
최준용은 마무리 투수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이다. 그는 "하루하루 재밌다. 셋업맨 역할보다 더 재밌다"고 말했다.
그의 가슴에는 늘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라는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신인 투수가 선발 투수를 원하지만,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준용은 처음부터 "마무리 투수를 맡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10년대 중반 롯데 뒷문을 지켰던 손승락을 보며 마무리 투수에 매료됐다.
최준용은 "이번 캠프에서 선발 투수에 도전했지만, 롯데가 우승하는 순간 마운드에 있고 싶은 내 꿈에는 변함이 없다. 마무리 투수의 꿈이 바뀐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다음 주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등판해 몸 상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 단계에서 별 이상이 없으면 곧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 마무리 김원중이 돌아오면 최준용이 어떤 보직을 맡을지 알 수 없다. 그는 이미 선발과 셋업맨, 마무리 투수로 뛸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