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 시즌 200탈삼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KBO리그에서 국내 투수가 이 기록을 달성한 건 2012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5·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마지막이다.
안우진은 지난 1일 KT 위즈전에서 탈삼진 9개를 추가, 리그 탈삼진 선두(49개)로 올라섰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45개)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44개)를 따돌리고 타이틀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2일까지 40탈삼진 고지를 돌파한 리그 국내 선발 투수는 안우진뿐이다.
탈삼진 페이스가 가파르다. 안우진은 시즌 6번의 선발 등판에서 경기당 탈삼진 8.17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규정이닝 투수의 평균 선발 등판 횟수가 28번이라는 걸 고려하면 약 180탈삼진을 추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술적으로 200탈삼진을 넘어 220탈삼진까지 가능하다.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200탈삼진은 총 14번 나왔다. 장명부(1983) 최동원(1984, 1986~87) 김시진(1985) 선동열(1986, 1988, 1991)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투수 10명만 달성했다. 2020년 댄 스트레일리(롯데)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가 200탈삼진을 정복했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외국인 투수. 국내 투수의 200탈삼진은 2012년 류현진, 오른손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1996년 정민철 이후 명맥이 끊겼다. 한 시즌을 부상과 부진 없이 소화해야 하고 강력한 구위까지 뒷받침돼야 가능한 대기록 중 하나다.
안우진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데뷔 첫 시즌이던 2018년 9이닝당 탈삼진 10.02개를 기록했다. 이듬해 8.15개로 소폭 하락했지만 2020년 10.25개, 지난해 9.20개로 리그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이 수치를 커리어 하이인 11.92개까지 끌어올렸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직구(패스트볼)와 시속 140㎞대 고속 슬라이더 조합으로 타자를 압도한다. 지난달 14일 NC전에선 7회 오영수 상대로 시속 156.1㎞ 강속구를 던졌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국내 선발 투수가 7회 이후 156㎞ 이상 강속구를 기록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
송신영 키움 투수코치는 "안우진은 올 시즌 패스트볼 구속과 제구가 모두 좋아졌다. 패스트볼 구속이 향상되면 변화구 구속도 올라간다. 안우진도 마찬가지"라며 "위력적인 공을 던지다 보니 상대 타자들이 어려워하고 마운드에서의 모습도 지난해보다 한 단계 성장한 거 같다. 주자가 있더라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승부한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변수가 하나 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리그가 중단 없이 운영된다.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는 개인 기록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우진은 논외다. 2018년 입단 당시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로 인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대한체육회 규정에서 따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지난달 9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총 172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리그에만 전념하게 됐다.
안우진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은 지난해 기록한 110개다. 그는 "삼진은 잡으려고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탈삼진 순위를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며 "시즌 150개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