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충북 충주 킹스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2라운드를 마친 뒤, 조아연(22)은 갤러리가 있는 골프 코스에서의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2019년 KLPGA 투어 2승을 거두고 신인상을 받았던 그는 갤러리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던 2020년과 지난해 우승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KLPGA 투어 대회에 갤러리들의 입장이 허용된 뒤로 조금씩 힘을 낸 조아연은 이번 대회 내내 선두를 지키고서 2년 8개월 만에 개인 통산 3승을 달성했다. 조아연은 우승을 확정한 뒤 “갤러리들 앞에서 스스로 즐거운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였는지 (최종 라운드에서) 떨리지도 않고 부담도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국내 남녀 골프 투어가 지난달부터 갤러리 입장을 2년여 만에 재개했다. 덩달아 조아연처럼 실력이 부쩍 늘어난 골퍼도 등장했다.
여자 골프에선 이가영(23)의 활약이 눈에 띈다. 매 대회마다 팬 클럽 응원을 등에 업은 그는 최근 KLPGA 챔피언십,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두 대회 연속 준우승했다. 이가영은 “갤러리 분들의 영향이 확실히 있다. 잘 못할 때도 갤러리들이 응원해주면 힘이 되고 웃게 된다. 나도 모르게 갤러리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부진한 성적에 시드전을 거쳐 다시 정규 투어 출전 자격을 얻은 박결(26), 이채은(23) 등도 갤러리 응원과 함께 성적도 좋아졌다.
올 시즌 2개 대회가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선 통산 4승의 이형준(30)이 눈에 띈다. 개막전이었던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준우승하고,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공동 10위에 올라 모두 톱10 성적을 냈다. 지난해 군 전역 후 “갤러리 없이 플레이한 게 가장 생소했다”던 이형준은 올해 갤러리 응원을 등에 업고 반등을 노리고 있다.
선수들의 세리머니도 과감해졌다. 개막전에서 우승했던 박상현(39),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준우승한 조민규(34)는 최종 라운드 마지막 퍼트를 성공하고서 모자를 벗어 던지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쳐 갤러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박상현은 “2년 넘게 갤러리 없이 경기해 세리머니도 제대로 못했던 게 아쉬웠다. 그래서 일부러 소리도 더 지르고 환호성도 질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