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박병호(36·KT 위즈)가 숨겨왔던 야심을 드러냈다. 개인 목표를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던 그가 "통산 400홈런은 꼭 달성하고 싶다"고 선언했다.
박병호는 2022시즌 초반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15일까지 출전한 36경기에서 홈런 12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에 올라 있다.
박병호가 올 시즌 홈런 레이스를 이끌어갈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2021시즌 타율 0.227 20홈런에 그쳤다. 2020시즌에도 타율 0.223 21홈런으로 이름값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30대 중반 나이가 되면서 기량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전성기를 보낸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로 이적했다.
올 시즌 보란 듯이 재기했다. 5월 첫째 주(3~8일) 출전한 6경기에서는 특유의 '몰아치기'를 보여줬다. 홈런(5개)과 타점(13개) 부문 주간 1위에 올랐다. 박병호가 일주일 동안 홈런 5개 이상을 날린 건 2020년 6월 넷째 주(23~28일) 이후 처음이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뜨거운 타격감으로 KT 타선을 이끈 박병호를 5월 첫째 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박병호는 "홈런 개수보다 팀에 꼭 필요한 상황에서 쳤다는 게 더 중요하다. 4월 말부터 팀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내가 중심 타자 역할을 해낸 경기에서 승리하면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며 웃었다.
오른손 타자인 박병호는 왼발(이동발)을 뒤로 뺐다가 앞으로 끌고가며 타이밍을 잡는다. 4월 말부터는 왼발 이동을 전보다 빠르게 시작하는 변화를 줬다. 이후 빠른 공과 변화구 대처 모두 좋아졌고, 장타가 쏟아졌다. 박병호는 "빠른 공에 타격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변화구 대처도 어려워진다. 일단 시속 150㎞대 포심 패스트볼(직구)도 정타로 만드는 타이밍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강백호 이탈 변수를 지우고 있는 박병호. 사진=KT 위즈 제공 박병호는 이전에도 타격 자세나 스윙 타이밍에 변화를 줬다. 성적이 나쁘지 않았을 때도 가장 이상적인 감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변화는 필연적인 것 같다. 투수들도 (과거) 타고투저 시절을 겪으며 공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는 스트라이크존이 정상화됐고, 공인구 반발력도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투고타저 시대에서 타자는 더 강한 타구를 만들어야 했다.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왼발을) 끌고 가며 쳤기 때문에 타이밍을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지난 1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1회 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이의리로부터 좌월 투런 홈런을 쳤다. 개인 통산 338호. 이호준(현 LG 타격 코치)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7위에 올랐다. 12일 KIA전에서도 홈런 1개를 추가하며 통산 6위 장종훈(340개)에 1개 차로 다가섰다.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2022 KBO리그 시범경기가 21일 오후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박병호가 3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월 1점 홈런을 날리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2.03.21. 박병호는 통산 홈런 순위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올 시즌 홈런왕 등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잘 치는 타자들이 너무 많다"며 욕심내지 않았다. 그러나 명확하게 세운 목표 한 가지가 있다. 그는 "남은 선수 생활 동안 400홈런은 꼭 넘고 싶다. 300홈런을 넘었으니 중간에서 멈추고 싶지 않다.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호는 올 시즌 전까지 327홈런을 기록했다. 400홈런을 목표로 세운 건 KT와 계약한 3년 동안 홈런 73개 이상을 치겠다는 의지다. KT는 박병호를 영입한 후 "(연평균) 20홈런만 기록해도 충분하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나는 20홈런으로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뜨거운 페이스를 보여주면서도 박병호는 늘 긴장하고 있다. "지난 2년의 부진은 나에겐 충격이었다"고 돌아보며 "이제 '내일도 잘하겠지'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리셋한다는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병호에게는 빈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