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 스트라이크존(S존)은 예년과 다르다. '타고투저' 기조를 바로잡고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S존을 확대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운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설명회에서 "(S존에 애매모호하게 걸치면) 볼로 판정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건 심판이 잘못한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타자와 투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S존 확대 영향으로 투수들의 9이닝당 볼넷 허용이 지난해 4.19개에서 올 시즌 3.30개(16일 기준)로 급감했다. 평균자책점도 4.44에 3.65로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타자들의 상황은 다르다. 달라진 S존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하락세. 시즌을 치를수록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다.
타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건 '일관성'이다. A 타자는 "S존이 넓다는 것보다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어렵다. 심판도 S존을 익히는 단계라는 걸 알지만 일관적이지 않다는 게 중요하다. 매 경기 S존이 너무 다르다"고 강조했다. B 타자는 "S존 확대가 경기 스피드 촉진이나 야구 재미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라고 전제한 뒤 "S존이 심판마다 다르고 선수 유형(체형)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익숙해질 만하면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판정 때문에 혼란스럽다. 현장에서의 가장 큰 불만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C 타자도 "심판 개인 성향에 따라 S존의 변화가 크다. 그 부분에서 일관성을 찾기 힘들다. 완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시행되는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타격 성적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D 타자는 "S존 안에 들어오는 공만 (스트라이크로) 잡아줘야 하는데 하나 이상 빠지는 공까지 잡아주니 투수에게 너무 유리하다"며 "S존을 벗어난 공까지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볼을 골라내지 않고) 막 휘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 타자는 "S존 기준이 어렵다는 걸 정말 많이 체감한다.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되면 막판에는 S존이 더 좁아지는 느낌"이라며 "수비를 나가 (공격하는 팀을) 보더라도 판정이 들쭉날쭉하더라. S존이 넓어지더라도 일관성이 있으면 되는데 그렇지 않으니 타자 입장에선 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야구 규칙에는 S존에 대해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스트라이크존은 공을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의돼 있다. 이를 적용하면 S존의 상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F 타자는 "높은 쪽 코스 변화구는 (과장해서 말하면) 점프해서 쳐야 할 정도인데 스트라이크 콜을 할 때가 있다. (시즌 전 설명회에서) 상하를 넓힌다고 하더니 좌우도 너무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G 타자는 "S존이 정상화되면 상단 쪽이 넓어진다고 들었는데 좌우가 왜 넓어진 건지 모르겠다. (넓어진다고 했던) S존 상단마저 점점 내려오는 느낌"이라고 했다. H 타자도 "직구는 높은 쪽 코스를 잡아주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그런데 포크볼이나 커브는 타석에서 보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느낌인데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며 "S존 상하가 넓어지고 좌우는 걸치는 공만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고 들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넓어진 것 같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설명회에서 "결정적인 순간 공 하나에 (판정이) 걸리면 이슈가 많이 될 거다. 심판도 여기에 중점을 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개막 두 달이 되기도 전에 이용규(키움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가)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조처됐다. 이용규와 김현수는 각각 7000타석 이상 소화한 베테랑. 피렐라는 KBO리그 2년 차 외국인 선수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끼는 타자들의 불만은 더 크다. S존에 변화를 주면서 발생하는 과도기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