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가득 메운 야구팬. 이의리는 기운이 솟아났다. 사진=KIA 제공 2021시즌 신인왕 이의리(20·KIA 타이거즈)는 '2년 차 징크스'라는 야구 속설을 비웃고 있다.
그는 17일까지 등판한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93·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14·피안타율 0.192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4번 해냈다. 2021시즌 데뷔 첫 8경기에서 남긴 성적(평균자책점 4.62·WHIP 1.38·피안타율 0.220)보다 대부분 나아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기록은 이닝과 투구 수다. 2021시즌 4과 3분의 2이닝이었던 경기당 투구 이닝은 올 시즌 5과 3분의 1이닝으로 증가했다. 2021시즌은 7이닝 이상 막아낸 등판이 한 번도 없었지만, 올 시즌은 벌써 3번이다. 데뷔 시즌(2021)에는 투구 수 관리를 받느라 100개 이상 던진 등판이 1번뿐이었지만, 올 시즌은 3번이다. 경기 운영 능력과 내구성 모두 신인 시절보다 좋아졌다는 얘기다.
이의리는 "특별히 달라진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의식적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볼넷을 조금 줄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00구로 8이닝을 막아낸 5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돌아보며 "8회에 갑자기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밸런스가 조금 흔들렸다. 배운 게 있었다"고 했다. 호투한 경기에서도 보완점을 먼저 찾고 있다.
이의리는 경기장을 가득 채운 야구팬 함성에 가장 큰 힘을 얻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코로나 시국 탓에 텅 빈 자리가 더 많은 경기장에서 등판한 날이 많았다. 올 시즌은 관중 입장 제한이 사라졌다. 이의리는 지난 5일 어린이날 홈 경기(키움전)에 등판하는 행운을 얻었고, 1만 6072명이 들어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서 8이닝 무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이의리는 "등판 전날(4일)까지만 해도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고 돌아보며 "그래도 마운드 위에 올라가니 차분해졌다. 관중이 많고 응원 소리가 커지면 집중력이 더 좋아지더라. 그 경기(키움전)가 타이거즈 구단 선발진 연속 경기 QS 신기록(11경기)이 걸려 있었는데, 나는 어린이날 등판이었던 점이 더 큰 의미였다"고 전했다.
이의리는 2022년 스프링캠프 초반 왼 중지에 물집이 잡히며 한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다.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가 정상적인 시즌 준비를 하지 못해 우려가 생겼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지난 시즌보다 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의리는 "캠프 하차는 예상치 못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도 부상 탓에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시즌을 마쳤다. '빨리 마운드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다잡느라 고생했다. 한 번 경험이 있으니 멘털과 몸 상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이전보다 커진 기대치와 높아진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더 좋은 투수가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부담보다는 그저 더 잘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