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을 제외하고 거실 한쪽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던 에어컨이 변하는 가정환경에 맞춰 가볍고 편리해졌다. 이제 실외기 걱정 없이 창문만 있으면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다.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온 가족이 한 공간에 모일 필요가 없어졌다.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매년 역대급 폭염이 찾아오면서 에어컨은 일찌감치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정용 시장은 꾸준히 소비자가 유입되고 있는데,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났다. 국내 가전 투톱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작지만 강력한 성능의 창문형 에어컨을 잇달아 선보이며 경쟁에 나섰다.
창문형 에어컨으로 방마다 시원하게
전 세계 에어컨 시장은 안정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주거용 에어컨 시장은 2021년 551억2000만 달러(약 70조1678억 원)에서 연평균 4.15% 성장해 2027년 708억1000만 달러(약 90조1411억 원)로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업계는 2019년 4만대에 불과했던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지난해 30만대까지 커진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와 젊은 세대는 물론 구성원 수가 많은 가족에게도 인기"라고 말했다.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1대씩을 설치한 집에 에어컨을 추가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실외기 용량이 이미 정해져 있어 별도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자녀가 커서 방을 하나 내줘야 할 때 이런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데 창문형 에어컨은 일체형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을 바깥으로 보낼 창문만 있으면 된다.
중소기업 파세코가 2019년 포문을 연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뛰어들었다. 작년에는 라인업 확장 차원이었다면, 올해는 차별화 기능을 대거 탑재해 추격을 가속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2022년형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핏'을 출시했다. 전문가 없이 간편하게 이동·설치할 수 있다. 여름이 지나면 분리해 창고에 보관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설치 환경에 따라 고객이 전용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창호 브랜드 영림프라임샤시와 협업했다.
전용 설치 프레임은 창턱에 거는 형태로 설치해 실내 쪽 창문을 닫을 수 있는 '창턱 거치형'과 창문 레일에 매립해 슬림한 외관을 유지할 수 있는 '창문 매립형' 중 고를 수 있다.
제품 가운데의 '2중 바람날개'는 창문의 어느 방향에 설치해도 방 구석구석에 바람을 보내준다. 에어컨 작동을 멈출 때마다 내부 습기를 알아서 말리고, '이지케어' 기능은 손쉽게 필터를 분리해 세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전 모델에 없던 스마트 기능도 적용했다.
'스마트싱스' 앱으로 집에 도착하기 전 에어컨을 켜 실내를 미리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 에어컨을 켜둔 채로 외출해도 에어컨 끄기 알림으로 인지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해당 기능은 내달 업데이트 후 사용할 수 있다.
바퀴가 달린 이동형 에어컨도 있지만, 창문형 에어컨만의 장점이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동형 제품도 더운 바람을 창문 밖으로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이 있다. 선풍기와 다르다"며 "공간도 창문형이 덜 차지한다"고 말했다.
1968년 창문형이면서 국내 최초의 가정용 에어컨이었던 'GA-111'을 생산하며 원조 타이틀을 보유한 LG전자 역시 신제품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한다.
LG전자는 지난 17일 판매를 시작한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에 창문형이 아닌 '창호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집 안쪽으로 튀어나오는 기존 제품과 차이를 두기 위한 것이다.
이 제품은 공기 흡입구를 전면에 배치해 이중창 바깥쪽으로 설치할 수 있어 돌출을 최소화했다. 블라인드나 커튼 사용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창문형 에어컨은 공기 흡입구가 제품 측면에 있어 냉방 기능이 작동하려면 이중창 안쪽에만 설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품이 방 안으로 튀어나온다. 제품 상단과 창틀 사이의 틈을 가리는 마감키트도 제공한다.
신제품은 LG전자가 경남 창원공장에서 직접 만든다.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2개인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를 채택해 냉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높다. 최대 냉방모드는 강풍모드 대비 약 24% 빠르게 온도를 낮춘다.
실내로 비나 벌레가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해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인 TUV라인란드로부터 인정받았다.
또 인공지능은 제품 사용시간을 분석해 제품 내부의 습기를 없애는 최적의 건조 시간을 설정한다. 20L 대용량 제습기보다 큰 하루 최대 34L의 제습 성능도 갖췄다.
LG전자 관계자는 "'앞툭튀'(앞으로 툭 튀어나온) 없는 디자인으로 집 안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며 냉방성능까지 뛰어난 제품을 선보여 차별화한 고객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툭튀' 없는 LG, 저렴한 삼성
두 회사의 창문형 에어컨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소음을 개선했다.
삼성 윈도우핏은 2개의 실린더가 회전하면서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트윈 인버터'와 2개의 관으로 냉매의 마찰음을 감소시키는 '트윈 튜브 머플러'를 접목했다. 편안한 숙면을 뒷받침하는 35㏈의 소음을 구현했다.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도 조용한 도서관 수준인 40㏈보다 낮은 34㏈을 자랑한다.
소음은 LG전자가 근소한 차로 이겼지만, 가격 경쟁력은 삼성전자가 100만 원 미만으로 우위를 점했다.
무광 화이트·베이지·그레이·블루 4가지 색상으로 패널 교체가 가능한 윈도우핏은 출고가 기준 94만9000원이다. 프레임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는 냉방면적 16.5㎡와 19.4㎡ 전용으로 나왔으며, 가격은 105만~130만 원이다.
인테리어 효과는 돌출이 덜한 LG전자 제품이 우세하다.
창문형 에어컨은 타공·배관 등 복잡하고 돈이 드는 설치 절차가 없어 원룸 거주자 등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장 초기에는 실외기 근처에 물이 떨어지거나 소음이 심해 장시간 사용 못 하는 등 단점이 있었지만, 가전 투톱은 기술력으로 문제를 곧장 해결했다.
다만 아직은 지갑을 쉽게 열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0만 원대에 가격을 형성했지만, 창문형 에어컨 1위 파세코는 크기에 따라 70만~8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에어컨의 심장 역할을 하는 컴프레서는 LG전자가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