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바이오·6G 등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450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안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에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5년 대비 30% 이상(120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의 80%를 국내에 쏟는다.
삼성 측은 "메모리 산업에서 '세계 최초=삼성'이라는 상식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도 위협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 업체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D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 자리를 수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R&D(연구·개발)를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EUV(극자외선)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반도체 3대 분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메모리는 물론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영역에서도 역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CPU(중앙처리장치)는 인텔,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엔비디아, SoC(시스템 온 칩)는 퀄컴·미디어텍, 이미지센서는 소니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의 2025년 시장 규모는 4773억 달러(약 603조4000억 원)로, 메모리 반도체(2205억 달러) 시장 규모의 2배 이상을 형성할 전망이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가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독식하며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 삼성은 차별화한 생산 기술을 개발·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할 계획이다. 올 초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가 모바일 업계 최초로 4나노 칩셋을 탑재했다.
'바이오 제2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기 위해 바이오 사업에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간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에 이어 5·6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생산 기술·역량을 고도화해 'CDMO(위탁개발생산) 1등'을 넘어 '압도적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또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위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원부자재를 국산화하는 등 국내 생태계 활성화에도 앞장선다.
삼성은 2011년 5월 인천 송도 매립지에 1공장을 지으면서 바이오 사업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이 완공되면 CDMO 분야 생산량 62만L로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바이오에피스는 기술 제휴로 바이오시밀러 제품 5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으며, 독자 기술로 별도 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삼성은 "CDMO 및 바이오시밀러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 기반을 다졌다"고 자평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 세계 7개 지역 AI 센터가 선행 기술 연구에 나섰으며,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분야 글로벌 표준화로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삼성은 국내 고용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향후 5년간 신규로 8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계열사들은 2022년 상반기 공채를 진행 중으로, 직무적성검사(GSAT)·면접·건강검진 등을 거쳐 하반기 입사할 예정이다.
청년들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와 드림클래스도 전국 단위로 꾸준히 운영한다.
삼성은 "핵심 사업 중심으로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미래 세대를 육성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혁신을 통한 재도약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