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게이츠' '핑'으로 널리 알려진 골프웨어 전문기업 크리스F&C(크리스에프앤씨)가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위기에 몰렸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최근 2~3년 사이 국내 골프 인구 증가와 함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군 기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천 물류창고가 사실상 전소하면서 빠른 정상화 여부에 물음표가 찍힌다.
크리스에프앤씨의 유일한 창고
지난 23일 불이 난 이천 창고는 사실상 크리스에프앤씨가 보유한 유일한 물류 시설이다. 지상 4층, 연면적 1만4658㎡ 달하는 이 창고에는 파리게이츠와 핑 말고도 '마스터바니에디션' '팬텀' '세인트앤드류스' 등 크리스에프앤씨가 전개 중인 고가 골프의류 재고 자산 대부분이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인력 배치 면에서도 크리스에프앤씨의 핵심 공간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리스에프앤씨의 총직원 수는 정직원 기준 330명이다. 화재 당시 이천 물류창고에는 계약직 등을 포함해 13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크리스에프앤씨에 따르면 이 창고는 약 300억원 수준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 그러나 셔츠 한장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 골프의류 대부분이 전소했기 때문에 피해 복구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24일에야 불이 완전히 진압됐다. 현재는 소방당국이 감식이어서 접근이 제한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보험이 30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가입이 돼 있으나, 현재로써는 어느 정도 손실이 있을지 밝히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화재로 크리스에프앤씨의 올해 실적도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는 크리스에프앤씨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과 함께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출도 날개를 달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3월 크리스에프앤씨가 올해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7.5% 늘어난 4417억원, 영업이익은 28.5% 증가한 1119억원으로 추정했다. 파리게이츠와 핑의 매출이 1000억원을 넘기면서 캘러웨이나 타이틀리스트 등 글로벌 골프웨어와 견줄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물류센터 화재로 이런 전망치도 일시적인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 화재…브랜드 위상 그대로"
크리스에프앤씨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봄·여름 시즌 재고는 물류창고 외에 전국 백화점 및 가두 매장에도 있다. 배송 지연 및 환불 절차를 밟는 고객도 있긴 하지만, 이번 시즌은 이런 재고로 일정 부분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을·겨울 시즌이다. 크리스에프앤씨는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 있는 협력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통상 협력업체는 선계약에 따라 물량을 소화하는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한 도시봉쇄(락다운) 및 원자재 수급 지연 영향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해외 생산시설을 최대한 끌어모아 제품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물류창고 계약으로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는 시즌의 영향을 탄다. 요즘 파리게이츠가 한창 인기 아닌가. 걸그룹 트와이스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골프웨어 전반에 활력이 붙기도 했다"며 "결과적으로 다른 브랜드 좋은 일만 하게 됐다"고 말했다.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의류 300만점이 탔다', '피해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등의 말이 도는데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상품 입고를 위한 이동 관리와 공급에 모든 자원을 완전 가동해 운영상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며 "단순 화재일 뿐 인재 등의 부정 이슈가 아니다. 크리스에프앤씨가 전개 중인 브랜드의 가치는 그대로다. 빠른 피해 복구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