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대표 지소연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2.05.30/ “제 MBTI(성격유형검사)요? 분석을 해보니 계획대로 사는 ESFJ로 나오더라고요. 해외 나가기 전부터 축구 인생에 대해 계획을 세웠었거든요. 감사하게도 제가 세운 계획대로 잘 마친 거 같아요.”
30일 서울 이문동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난 지소연(31)은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MBTI 유형을 묻자 웃으며 답했다. 그는 “귀국을 한 지 2주가량 됐다. 그동안 입단식, 기자회견 등을 하며 바쁘게 지냈다”며 “어머니가 나보고 ‘다시 여름이 되면 영국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한 계절이 지나야 체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이다. 한양여대를 졸업한 그는 2011년 고베 아이낙(일본)에 진출했고, 2014년부터는 첼시 위민(영국)에서 활약했다. 지소연은 리그 중위권이던 첼시 위민을 WSL(위민 슈퍼 리그) 강팀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번 시즌에도 지소연은 첼시 위민의 리그와 여자 FA(잉글랜드축구협회)컵 우승에 힘을 보탰다.
여자축구대표 지소연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2.05.30/ 첼시 위민의 시즌 2관왕을 이끈 지소연은 지난 19일 귀국했다. 해외 생활을 접고 국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수원FC 위민에 입단했다. WK리그에서 활약하려면 반드시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는데, WK리그는 5년 이상 해외에서 활약한 선수는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뛸 수 있도록 지난해 선수선발세칙을 개정했다. 지소연은 선수 등록이 가능한 7월부터 활약할 수 있다.
지소연은 2023 호주·뉴질랜드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준비를 위해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대표팀은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3회 연속 여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지소연은 “축구 인생을 경기 시간으로 보면 후반 70분 정도다. 남은 20분 동안 할 일이 정말 많다. 특히 여자 월드컵 16강 진출을 꼭 이루고 싶다”며 눈을 번쩍였다.
지소연은 “내가 대표팀에 있을 때만큼은 최고의 결과를 얻고 싶은 건 사실이다.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고, 2019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전패로 본선에 못 나갔다. 여자 월드컵 준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서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대표팀 일정을 위한 이동 거리도 줄어들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뛰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전력 강화 측면에서 다음 달 27일 캐나다와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캐나다는 FIFA 랭킹 6위의 강호다. 한국은 17위. 한국은 캐나다와 역대 상대전적에서 8전 1승 7패로 크게 뒤진다. 2013년 1월 중국 영천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3-1로 이긴 게 유일한 승리다. 당시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지소연은 “강팀들과 경기해도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부딪혀 보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여자축구대표 지소연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2.05.30/ 대표팀은 6월 중순께 소집할 예정이다. 지소연은 2월 아시안컵 이후 처음 대표팀에 소집된다. 그는 “팀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어느 옷(포메이션)이 가장 잘 맞는지 점검할 기회”라며 “내년 여자 월드컵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있다. 강팀과 경기하면서 우리가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약점이 어떤 점인지 많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에서 지소연의 역할은 ‘프리 롤(free-role)’이다. 본래 2선 공격수가 주 포지션인 그는 최근 대표팀에서 미드필더로서 팀의 ‘빌드업(build-up·공격전개)’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지소연은 “콜린 벨(영국) 대표팀 감독님께 공 배급에 많이 관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대표팀에 추효주, 이금민, 강채림 등 좋은 공격수가 있다. 이들에게 패스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지소연은 “세계 여자 축구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19년 대회 때 강팀들과 격차를 많이 느꼈다. 이 격차가 얼마만큼 줄어들었는지 궁금하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더 좋아져야 한다. 개인 기량이 좋은 11명이 뭉쳤을 때 팀의 경쟁력이 더 좋다. 한두 명 잘한다고 해서 팀이 좋은 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