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20일간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막을 내렸다. MSI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3대 국제 e스포츠 중 하나로,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우승한 중국의 로얄네버기브업(RNG)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지난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MSI 2022’ 결승전이 열렸다. 이번 MSI는 11개 지역 리그에서 상반기에 우승한 팀이 모여 최강팀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결승전에는 한국 리그 LCK 스프링 우승팀인 T1과 중국 LPL 리그에서 우승한 RNG가 맞붙었다. 두 팀 모두 MSI 2회 우승팀으로 세계적인 강팀이자 라이벌이다.
경기도 팽팽하게 진행됐다. RNG가 1·3세트, T1이 2·4세트를 가져가면서 5세트까지 접전을 벌였다. 결과는 T1이 지면서 RNG가 3회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일반적으로 패장은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T1 최성훈 감독은 패배의 원인은 실력 차이가 아니었다며 짙은 아쉬움을 토해냈다.
최 감독은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를 보면 진영 선택권이 있는 팀은 모두 블루를 선택했고, 블루 팀은 모든 경기를 승리했다. 블루가 유리하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레드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경기는 승리하지 못했다"며 "패배 포인트는 우리가 블루를 3번 선택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MSI 결승전에서는 양팀이 동전 던지기로 누가 먼저 블루와 레드 두 진영 중의 하나를 선택할지 정한다. 이번에는 RNG가 1세트 진영을 먼저 선택했다. 이후부터는 진 팀이 먼저 진영을 선택한다. 특히 블루 진영은 먼저 선택할 경우 밴픽(상대편이 선택하지 못하게 챔피언을 금지하는 것)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RNG 주카이 감독은 “많은 사람이 블루 사이드가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대처법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e스포츠 전문가들은 주카이 감독의 말이 맞지만 실력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경우에는 진영 선택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A e스포츠 관계자는 “먼저 블루를 선택한 팀이 밴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 실력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 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며 “이번 결승전에서 양팀 모두 블루 진영을 선택했을 때 이겼다”고 말했다.
최성훈 감독이 패배의 이유가 운이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RNG는 특혜도 누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RNG는 이번 MSI 개최지인 부산에 오지 않고 중국의 팀 연습실에서 경기를 치렀다. 여기에 전 경기 응답 속도를 자신들 기준으로 맞추고, 캠 및 헤드셋 미사용, 복장 위반 등을 저질렀지만 징계를 받지 않았다.
RNG가 부산에 오지 않은 것은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B e스포츠 관계자는 “작년 롤드컵 때 베트남 팀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최지인 아이슬란드에 오기 힘들어 아예 대회에 불참했다”며 “RNG도 불참했어야 맞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하고 낯선 경기장이나 숙소 등에 적응하는 것 등이 모두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데, RNG는 전혀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MSI를 거울삼아 올해 롤드컵에서는 이 같은 불공정 시비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C e스포츠 관계자는 “LoL e스포츠가 일반 스포츠와 대등한 위치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승패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