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다. 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늘 그랬듯 영화 ‘브로커’에서도 빛을 발한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인 ‘브로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섬세하게 감정과 관계들을 훑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 나간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다만 그 와중 송강호 등 배우들의 완급조절이 돋보인다. ‘어느 가족’(2018),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처럼 느릿하고 담백하면서도 관객들을 웃고 하는 포인트가 있다. 영화는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몰래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를 버렸던 엄마 소영(이지은 분)이 다시 아이를 되찾으러 오며 이들의 관계가 시작된다. 캐릭터들이 서로 처한 상황, 각자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감은 히로카즈 감독들의 전작이 그렇듯이 촘촘하게 묘사된다.
다만 이들을 아우르는 지점에선 아쉬움이 엿보인다. 어디 하나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던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브로커’에서는 유독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들이 많다. 특히 불법 입양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에 대한 묘사,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들에서 의문부호가 찍힌다.
소영을 통해 생명에 대한 책임의 화살이 엄마에게만 있다는 사실을 꼬집고 싶었다던 감독은 이 부분에서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이 129분으로 짧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엮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메시지가 대사 위주로 던져진다는 점도 아쉽다. 사후에 죽은 자의 인생을 하나의 멋들어진 장면으로 재생시켜준다는 내용의 전작 ‘원더풀 라이프’(2001)와 비교돼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선악의 경계를 미묘하게 오가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호연이 캐릭터와 영화를 살리는 주된 활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