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브라질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열렸던 2013년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대표팀 막내였던 손흥민(당시 레버쿠젠)은 선발로 뛰지 못하고 벤치를 지켰다. 한국이 0-2로 뒤진 후반 19분 구자철을 대신해 투입됐지만, 그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브라질의 네이마르(당시 FC바르셀로나)는 전반 43분 프리킥으로 결승 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패배를 안겼다.
9년이 흘러 서른 살이 된 동갑내기 공격수 손흥민(토트넘)과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가 다시 맞붙는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6월 A매치 4연전의 첫 평가전을 치른다.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강호다. 한국은 29위. 역대 상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6전 1승 5패로 철저히 열세다.
브라질과 처음 맞붙었던 9년 전 손흥민은 지동원·이청용 등 선배에 밀린 막내였지만, 지금은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다. 리더십뿐 아니라 손흥민의 기량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을 기록한 그는 이집트 출신의 모하메드 살라흐(리버풀)와 공동 득점왕을 차지하며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네이마르도 한국 대표팀과 첫 경기를 치른 이후 9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세계적인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첫 평가전을 치른 이듬해인 2014년 네이마르는 리그에서만 22골을 폭발하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7년 이적료 2960억 원에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네이마르는 2021~22시즌 파리 생제르맹에서 내전근과 발목 부상 등으로 장기 결장하면서도 13골(22경기)을 기록했다.
손흥민과 네이마르는 '정상'에서 사실상 처음 만나는 셈이다. 2019년 11월에도 한국과 브라질이 평가전(한국 0-3 패)을 치렀다. 손흥민은 선발로 나섰지만,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출전이 불발됐다. 손흥민은 “네이마르는 세계 최고 선수다. 나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애써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현재 기량과 기록에서 손흥민은 네이마르에게 밀리지 않는다.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 공격수다. 그는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들거나 양발을 모두 활용하는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든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4골을 넣었을 만큼 최근 대표팀에서 득점 감각도 좋다. 네이마르는 현란한 드리블을 펼치는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의 공격수다. 네이마르는 카타르월드컵 남미예선에서 8골(전체 2위)·8도움(전체 1위)을 올렸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스코어러(득점원)'로서 현재의 폼은 손흥민이 네이마르보다 우위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여전히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재능 있는 선수”라면서도 “한국 대표팀 동료들이 토트넘 선수들과 유사한 플레이로 손흥민의 득점력을 살릴지가 관건이다. 손흥민이 공간 침투 및 슛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팀플레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손흥민이 넘어야 하는 브라질의 수비진은 알렉스 산드로(31·유벤투스)와 티아구 실바(38·첼시), 마르퀴뇨스(28·파리 생제르맹) 등이다. 왼쪽 풀백 자원인 산드로는 몸싸움에 강점이 있다. 브라질 대표팀 부동의 센터백인 실바는 안정감과 태클이 좋다. 상대 선수의 공을 가로채는 데 능한 세계적인 중앙 수비수 마르퀴뇨스도 손흥민이 극복해야 할 상대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이미 수년에 걸쳐 영국 EPL은 물론 유럽 전역의 최고 수준 수비수들을 상대해왔다. 그에겐 브라질 수비수들이 낯설지 않다”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브라질에는 좋은 선수가 참 많다. 그러나 우리도 우리의 축구를 잘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가 많이 된다.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드리고 싶다”며 “세밀한 움직임, 약속된 움직임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도) 골을 잘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많다.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골을 넣는다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