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각 지역대결, 범 수도권과 경상권, 호남권의 연합 대결 등 자존심 대결이 뜨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을 불문하고 코로나19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해 경주에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들과 기존 경주를 펼쳤던 선수들 간의 뜨거운 대결이 펼쳐지며 흐름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대결을 펼치더라도 득점이나 기량을 인정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지금은 득점, 기량을 인정하기보단 각자의 라인을 구축해 정면대결을 펼치는 등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혼전 경주가 펼쳐지는 요즘은 과거처럼 득점만 본다거나 기량을 우선하는 경기 추리를 피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해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 경륜 경주는 7인제 경주라 어디든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라인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라인이 수적으로 유리한지를 파악한다면 조금은 경주를 추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결승전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21회차까지 광명, 창원, 부산 결승전에서 선발급은 파업에 동참했던 선수들이 2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비파업 선수들이 17번을 가져갔다. 우수급은 반대로 비파업 선수들이 32번 파업 선수들이 11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선발급은 아무래도 파업 선수들 중 강급자가 다수 포진되어 있었기에 다소 경기력은 떨어졌지만 수적 우위를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우수급은 기량과 경기감각이 뛰어난 비파업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결승전에 많이 올라가면서 파업 선수들이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기량 출중한 선수들이 해결사로 나서면 된다. 지난 5월 8일 부산에서 펼쳐진 우수급 결승전을 예로 보면 당시 파업 선수가 5명에 비파업 선수가 2명이었다. 특히 정현수(26기)가 포진된 파업 세력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박진철(22기)이 젖히기로 세력을 무력화시키며 우승 차지했다. 이어 문인재(24기)가 따라 들어오며 비파업 세력의 완승을 이끈 바 있다.
지난달 1일 광명 선발급 결승전은 배석현(26기)을 제외하고 모두가 파업 선수들이었는데, 배석현의 선행으로 모두 따돌리고 우승을 기록했다.
선수들이 요일을 가리지 않고 매 경주 경쟁을 벌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금요경주에서 기선제압을 해야 토·일요일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요경주는 결승전이 걸려 있어 경주수의 확대로 우승 아니면 자력으로 결승진출이 보장되지 않는다. 또 어떻게든 결승전을 자신들이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선 각자의 라인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하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일요경주도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세워야 하고 향후 게임을 위해서 보여주기 식으로 경기를 펼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김순규 전문가는 “어느 라인이 유리한지, 강자가 포진된 라인이 어디인지, 최근 컨디션 좋은 선수가 어떤 전법을 구사하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예전처럼 줄서기대로나 득점, 기량을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