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KIA 타선의 기둥은 황대인과 소크라테스다. 사진=KIA 제공 '황·소' 라인이 'C·N포' 무게감을 넘어섰다. 황대인(26)과 소크라테스 브리토(30)가 포효하면 '호랑이 군단' KIA 타이거즈는 승리한다.
KIA는 9일 치른 홈(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에서 LG 트윈스에 5-1로 승리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전 4경기에서 1무 3패에 그치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던 팀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었다. 지난달 14일 치른 주말 3연전 2차전부터 이번 시리즈 첫 경기(8일)까지 당한 LG전 3연패도 끊어냈다.
황대인과 소크라테스의 홈런을 앞세워 만든 승리다. 4번 타자·1루수로 나선 황대인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성범이 상대 선발 투수 이민호에게 볼넷을 얻어 출루하자, 바로 이어진 승부에서 2구째를 받아쳐 벼락같은 좌월 투런포로 연결시켰다. 높은 코스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았다.
KIA 선발 투수 임기영이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던 상황. 타선은 추가점을 열었다. 류지혁이 좌중간 2루타, 이창진이 희생번트를 수행하며 만든 1사 3루에서 김선빈이 깔끔한 적시타를 쳤다.
이날 팬 투표와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 KBO 공식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소크라테스는 자축포를 터뜨렸다. 선두 타자로 나선 4회 초 이민호의 시속 128㎞ 바깥쪽(왼손 타자 기준) 체인지업을 공략했다. KIA가 승기를 잡은 순간이다.
소크라테스는 멈추지 않았다. 6회도 선두 타자로 나섰고, 다시 이민호를 상대로 중월 솔로 홈런을 쳤다. 낮게 제구된 시속 144㎞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걷어 올렸다. 유인구와 정면 승부 모두 공략당한 이민호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5-0으로 앞선 KIA는 9회 초 1점을 내줬지만, 리드를 지켜내며 최근 3연패를 끊어냈다.
KIA는 5월 팀 타율(0.284)·홈런(30개)·타점(151개)·OPS(0.818) 모두 1위였다. 18승 8패를 기록하며 월간 승률(0.692)마저 1위로 올라섰다.
김선빈과 나성범은 4월에도 꾸준했다. 최형우는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 올리며 반등 발판을 만들었지만, 이름값에는 부족한 퍼포먼스를 남겼다. KIA 타선에 힘이 생긴 건 황대인과 소크라테스의 각성 덕분이다. 황대인은 월간 타점(31개) 1위, 소크라테스는 타율(0.415)과 최다 안타(44개) 1위에 올랐다.
KIA는 6월 진입 뒤 뜨거웠던 화력이 소강상태가 되며 주춤했다. 이 기간 선발진도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타격 사이클은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팀 타선의 동반 상승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KIA도 마찬가지다.
황대인(왼쪽)과 소크라테스. KIA 타이거스의 신형 병기다. 사진=KIA 제공 그러나 타자 사이 시너지 효과가 미미했던 6월 첫째 주에도 소크라테스와 황대인은 뜨거웠다. 소크라테스는 7경기에서 타율 0.379·4홈런을 기록했다. 2연속 월간 MVP 수상을 노릴 기세다. 4월 MVP에 오른 한동희(롯데 자이언츠)는 5월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는데, 소크라테스는 오히려 불이 붙었다. 여기에 황대인은 기선 제압 전문으로 나섰다. 5일 KT 위즈전 1회 초 2타점 적시타, 이날(9일) LG전에서도 1회 선제 투런포를 쳤다.
KIA팬은 평소 서로를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 황대인과 소크라테스의 이름 앞 글자를 따 황·소 커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란히 홈런을 가동하면 황·소포로 응용된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나성범이 KIA 유니폼을 입었을 때, KIA팬은 기존 주축 타자 최형우와 나성범을 묶어 C·N(성 이니셜)포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정규시즌 반환점을 향해 다가선 현재, 거포 라인의 무게감은 C·N포보다 황·소포 쪽에 더 실린 것 같다. 실제로 최형우와 나성범은 6월 들어 1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KIA 공격은 두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KIA는 최근 외국인 투수들이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하며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이 생겼다. 공격력으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황대인과 소크라테스가 알토란같은 홈런을 치며 꼭 필요했던 승리를 안겼다. 1년 전에는 예상조차 하지 못한 조합이 등장해 KIA팬에 설렘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