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실점을 허용한 대한민국 대표팀.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6월 A매치 기간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등 남미 강호들과 상대했다. 오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집트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같은 조에 속한 대표팀이 세 차례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찾은 해법은 무엇일까.
대표팀이 상대한 브라질을 포함하여 칠레와 파라과이는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팀이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와 싸울 방법을 찾기 위한 상대였다. 벤투 감독도 “남미 팀이라도 각각 다른 팀이다. 비슷한 점은 경쟁력이 강하고, 적극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경험하는 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표팀은 이례적인 상황을 맞닥뜨렸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많았다. 수비수 김민재(페네르바체)와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소속팀에서 당한 부상 탓에 소집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A매치를 치르는 와중에는 황희찬(울버햄튼)이 군사훈련 차 소집 해제됐고, 정우영(알 사드)은 발목 등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다.
부상자들의 공백은 대표팀 전력 저하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특히 김민재가 빠진 수비의 조직력과 후방 패스 불안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벤투 감독은 후방부터 중원까지 패스워크로 공 점유율을 높이는 ‘빌드업 축구’를 중시한다. 6월 세 차례 평가전 동안 김민재의 공백은 후방 패스 플레이와 중앙 수비의 약점으로 이어졌다.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실점을 허용한 대한민국 대표팀. [연합뉴스]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공격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월드컵 본선에서 1승이 꼭 필요한 순간 모험적인 전략·전술로 나서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를 투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우면서 중원에 있는 백승호(전북 현대)까지 라인을 끌어올려 ‘한 방’을 노렸다. 하지만 득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공격 라인을 끌어올린 상황에서는 상대 역습에 무너졌다. 전반 23분 정승현(김천 상무)이 상대의 침투 패스를 끊어내려다 제때 걷어내지 못하고 허둥대다 미겔 알미론(뉴캐슬)에게 공을 빼앗겨 실점했다. 후반 5분에는 대표팀의 코너킥이 뒤로 흐른 상황에서 파라과이 선수 4명이 순식간에 역습에 가담, 알미론이 왼발 슛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상대의 역습이 실점으로 연결된 건 대표팀의 수비 불안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수비의 문제는 공격 프로세스와 연관되어 있다. 파라과이와 경기를 마친 뒤 벤투 감독은 상대의 역습 한 번에 실점으로 이어진 원인으로 공격을 꼽았다. 그는 “역습을 막는 최고의 방법은 우리의 공격을 마무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격을 마무리해서 상대에게 역습 기회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월드컵에서는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할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한국은 공격보다 수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내고 공 소유권을 얻었을 때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펼쳐야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파라과이전에서 대표팀은 수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격 마무리 후 빠르게 수비 대형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