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시프트에는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선수의 장타를 억제하고, 멘털에도 압박을 줄 수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KBO리그 시프트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마이너리그를 오래 겪은 그는 MLB에서 유행하는 적극적인 시프트에 익숙한 지도자다.
실제로 지난해 KBO리그를 찾아온 그는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화 야수들은 좌타자, 장타자를 상대로 타구 빈도에 맞춰 적극적으로 이동해 상대의 안타를 지워냈다.
수베로호 2년 차인 올해도 시프트는 정상 가동 중이다.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외야 4인' 시프트가 가동됐다. 당겨치는 타구, 외야로 뻗어 나가는 타구가 많은 김재환을 상대로 외야수 3인이 외야 중앙과 우측 사이를 막았다. 비어 있는 왼쪽 외야는 3루수 김태연이 책임졌다. 조성환 한화 수비 코치는 "작년에도 몇 번 시도했다. 올해는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이정후 타석 때 처음 시도했다. 이정후, 김재환 등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장타자들을 상대로 장타를 막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상대도 가리지 않는다. 11일 인천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는 1군에 막 데뷔한 전의산을 상대로도 시프트가 가동됐다. 전의산은 이날 경기 후 "데뷔하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를 상대로 강하게 시프트가 이뤄졌다"고 놀라며 "그래도 첫 타석에 시프트 덕에 기분 좋게 2루타가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베로 감독에게 '전의산 시프트'를 묻자 "시프트를 걸 때는 선수의 이름이 아닌 타격 분포도를 본다. 타구가 내야로 가는지, 뜬공을 더 많이 치는지, 어느 방향으로 치는지 등을 분포도로 정리해 건다. 전의산도 퓨처스리그(2군) 기록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은 "시프트에는 수치 이상의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며 "한유섬처럼 2루타나 3루타 등 장타를 충분히 칠 수 있는 좌타자들은 장타를 충분히 칠 수 있음에도 본인의 스윙을 바꾼다. 나아가 3루 쪽 번트처럼 잘 되어봐야 단타인 스윙을 하기까지 했다. 8일 김재환 타석 때도 장타가 나올 수 있는 스윙을 바꿔 단타를 노리게 했다. 바로 그런 게 시프트가 상대에게 주는 심리적 압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