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뷰티 기업 애경산업이 창사 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애경산업은 기업 규모나 업계 위상을 고려하면 투자와 M&A에 인색하고, 포트폴리오도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는 애경산업이 이번 M&A로 성공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스킨케어 화장품 기업 원씽의 지분 70%를 14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달 중순 체결했다. 2019년 론칭한 브랜드 '원씽'은 국내보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더 알려져 있다. 디지털 채널을 기반으로 성장해 이 분야에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다.
애경산업은 'AGE 20s'(에이지투웨니스) 외에 화장품 분야에서 이렇다 할 대표 제품이 없는 상황이다. 스테디셀러인 '포인트' '루나' 등이 있으나, 노후화됐고 에이지투웨니스를 압도할 힘이 없다. 에이지투웨니스 역시 제품력은 뛰어나지만 주 소비 계층이 홈쇼핑을 통해 유입된 40~60대에 몰려있다는 약점이 있다.
뷰티 분야 동력도 떨어졌다. 애경산업은 올해 1분기 매출 1399억원, 영업이익 7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4%, 2% 성장했다. 그러나 화장품 사업 부문 1분기 매출액은 491억원, 영업이익은 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0.3% 감소했다. 코로나19 탓이 컸지만,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분야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애경산업은 이번 원씽 인수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약점으로 지적된 디지털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 등 메이크업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지만 향후에는 원씽의 기초제품으로 영역을 넓혀 수익성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하던 제품과 꾸준히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스킨케어 분야는 론칭 후 안착까지 많은 공과 시간이 든다"며 "원씽은 이미 고정 소비자군을 갖추고 있고 색깔이 뚜렷하다. 애경산업으로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분석했다.
업계가 원씽 인수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애경산업이 지난 37년 동안 단 한 번도 M&A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크고 작은 M&A만 수십여 차례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애경산업은 2018년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자금 1350억원 중 350억원은 M&A 또는 지분투자를 위해 쓰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약속한 기한인 2020년까지 적합한 상대를 만나지 못하면서 자금도 적립됐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애경산업은 다양한 스테디셀러를 보유하고 있고, 한때 뷰티 분야 선두권을 다퉜던 기업"이라며 "뷰티 분야에서 가진 내공과 역량 면에서 충분한 힘이 있지만, 2000년대 중반 전성기 이후 투자가 적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이번에 M&A 자체는 처음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2018년 상장 당시 연구개발(R&D)과 M&A를 약속했으나, 코로나19로 M&A가 조금 미뤄졌다"며 "임재영 애경산업 대표를 중심으로 원씽 M&A가 이뤄지고, 내부적으로 제품 리뉴얼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경산업이 2008년 생활 뷰티 분야에 해박한 여러 외부 인사와 내부 혁신을 통해 중장기 플랜을 짰고, 그 빛을 10년 뒤인 2018년 무렵 에이지투웨니스 등의 성공으로 봤다"라며 "이번 M&A를 기점으로 또 다른 애경산업의 르네상스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