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21·KT 위즈)은 프로 3년 차인 올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지난 2020년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하며 신인왕을 수상했던 그는 2021년 7승 7패 평균자책점 4.14로 부진했다. 특히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4.85에 이를 정도였다. 반면 올해는 6승 2패 평균자책점 2.85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시즌 KBO리그 정규시즌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발 등판했던 소형준은 6과 3분의 1이닝 9피안타 1볼넷 5탈삼진 4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7회 초 패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팀이 7회 말 재역전을 이뤄내며 개인 승패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역전을 내준 건 자책점이었지만, 소형준의 승리를 날린 건 비자책점이었다. 소형준은 5회 초 2-0 상황에서 SSG 하재훈에게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정면 타구가 황재균의 글러브가 아닌 손목을 맞았고, 뒤로 빠지며 타자 하재훈이 살아나갔다. 실책은 빌미가 됐고, SSG는 추신수와 최정의 적시타로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이제 프로 3년 차. 흔들릴 수 있었지만, 소형준은 단단했다. 이후 6회까지 추가 실점은 없었다. 그는 이어 이미 90구를 던진 상태에서 7회에도 등판을 자처했다. 비록 3연타를 맞고 2점을 내줬지만, 이닝 소화를 향한 의지가 돋보였다.
이날 소형준과 배터리를 맞췄던 장성우는 경기 후 "우리 투수들과는 야수들의 득점 지원, 실책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투수들이 착하고 성실해서 야수를 탓하지 않는다. 경기 중에도 그런 부분 때문에 투구가 무너지는 일이 없다"며 "형준이도 오늘 에러로 동점을 내줬을 때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 '야수 책임이 아니다. 8번 타자인 김민식에게 준 볼넷이 문제였다'고 했다. 그랬더니 형준이도 동의하더라"고 떠올렸다. 장성우는 "형준이는 신인 때부터 긴장도 많이 안 하고, 직접 해결하고 싶어하는 성격이었다"며 "오늘도 감독님이 일요일에도 등판하니 6회까지만 던지고 마치자 했는데 7회 올라오더라. 그런데 7회 실점 위기 상황이 왔다. 그래서 내가 형준이에게 '그냥 들어가지, 왜 욕심을 부렸냐'고 농담했다"고 웃었다.
KT 국내 선발진을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그 책임감이다. 소형준은 고영표(4승 5패 평균자책점 2.49)와 함께 팀 마운드를 쌍끌이하는 중이다. 두 사람의 활약을 앞세운 KT는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부진과 윌리엄 쿠에바스의 방출에도 팀 선발 이닝 1위(370과 3분의 1이닝)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위(33회·이상 14일 기준)를 달리고 있다. 장성우는 "그래서 형준이가 좋은 선수다. 6이닝 2실점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성공했다면 구원 투수들을 아낄 수 있었고 팀에 도움이 된다. 형준이뿐 아니라 영표, (배)제성이 등 투수들이 그렇게 해주니 다들 잘하는 게 아닐까"라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