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 오른손 구원 투수 서동민이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회 초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불펜으로 고민하던 SSG 랜더스 뒷문에 조용히 호투 중인 선수가 나타났다. 프로 8년 중 5년을 무명으로 지냈던 오른손 투수 서동민(28)이다.
서동민은 프로 8년 차 투수다. 지난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58순위로 지명돼 SK 와이번스(SSG의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해 퓨처스리그 등판도 하지 못한 그는 이후 2년 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2017년부터 퓨처스리그에 등판했지만, 1군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6년 차가 된 2020년에야 1군에 올라 8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고 지난해에는 20경기 26과 3분의 1이닝으로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잡았다.
올해는 지난 2년보다 페이스가 좋다. 4월 한 차례 콜업됐을 때 등판하지 못했던 그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7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다시 1군 기회를 잡았다. 지난 2일 인천 KT 위즈전에서 올 시즌 첫 1군 등판을 치른 그는 이후 11경기에서 11과 3분의 2이닝 동안 단 1자책점(평균자책점 0.77)만을 허용했다. 9이닝당 탈삼진이 10.03개에 달하고 피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다. 승리를 지키는 필승조로 등판은 많지 않아 홀드가 두 개뿐이지만, 꾸준히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주 무기 슬라이더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는 올해 슬라이더 투구 비율이 79.7%에 달한다. 지난해(60.9%)에도 많이 던졌지만, 비율을 높인 결과물이 좋다. 슬라이더의 피OPS(출루율+장타율)가 0.429밖에 되지 않는다.
불펜진이 빈약한 SSG는 서동민의 활약이 반갑다. 시즌 초 필승조였던 김택형(시즌 평균자책점 5.13)과 서진용(6월 평균자책점 4.5)이 흔들리고 고효준은 어깨 염증으로 2군에 내려갔다. 누구 하나 믿고 올릴 투수가 없던 상황이었는데, 서동민이 조용한 호투로 차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오른손 구원 투수 서동민이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회 초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호투 끝에 드디어 22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첫 승을 따냈다. 이날 마무리 서진용의 블론세이브로 10회 연장 승부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공 1개로 선두 타자 박세혁을 2루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박계범에게는 장기인 슬라이더만 7개를 던진 끝에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고, 양찬열에게는 반대로 직구만 두 개를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두산의 기세를 잠재운 SSG는 10회 말 김성현의 희생 플라이로 승리했고, 마운드를 지킨 서동민도 구원승으로 통산 '1승'을 기록했다.
서동민은 경기 후 "첫 승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오늘 경기 중요한 시점에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투구를 할 수 있어 기쁘다"며 "첫 승이 아직 실감 나지 않고, 팀이 승리했다는 게 사실 더 기분 좋다"고 전했다. 0점대 평균자책점을 이어오는 최근 페이스에 대해서는 "포수 선배님의 리드를 믿고 자신 있게 내가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졌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그래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남은 시즌 서동민의 목표는 개인 성적이 아닌 팀 성적과 팬들의 응원이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 우승을 최우선으로 묵묵히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며 "그리고 아직 저를 모르시는 팬분들도 계실 텐데, 계속해서 좋은 성적으로 팬분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