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내야수 장준원(27)이 친정팀 LG 트윈스를 상대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KT는 올해도 '이적생 효과'에 웃고 있다.
장준원은 지난 24일 수원 LG 트윈스전에서 데뷔 뒤 처음으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등 4타수 2안타(2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KT의 9-6 역전승을 이끌었다.
그가 때려낸 홈런 2개 모두 중요한 순간 나왔다. 2-5로 뒤진 5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LG 선발 임찬규에게 일격을 가하는 솔로 홈런을 쳤다. 이어 4-6으로 지고 있던 7회 말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불펜 투수 김진성의 포크볼을 공략해 1점 차로 따라붙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KT는 이어진 7회 공격에서 4점을 추가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KT는 지난달 21일 2023년 신인 지명권(5라운드)을 LG에 내주고 장준원을 영입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당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고 했다.
장준원은 2014년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LG의 지명받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LG 소속으로 출전한 93경기에서 타율 0.181 1홈런 7타점에 그쳤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나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장준원 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KT는 기존 선수를 내주거나,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협상 카드로 쓰지 않았다. 장준원을 영입한 배경은 그저 내야진 뎁스(선수층)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장준원은 반전을 만들었다. 주로 2루수로 나선 그는 안정감 있는 수비력뿐 아니라 빼어난 타격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적 뒤 출전한 23경기에서 타율 0.286 3홈런 6타점 장타율 0.600을 기록하며 하위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1개뿐이었던 그가 KT 유니폼을 입은 뒤 3개를 때려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서울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던 선수들이 이적한 뒤 이전보다 향상된 장타력을 보여주는 '탈잠실 효과'를 장준원도 증명했다.
KT는 그동안 이적생에게 충분히 많은 기회를 주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해왔다. 지난해 7월 영입한 내야수 오윤석이 대표 사례다. 영입 당시에는 주전급으로 평가받지 않았던 오윤석은 주전 2루수 박경수가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했을 때 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냈다. KT는 2019년에도 SSG 랜더스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승욱을 내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잘 활용한 바 있다.
오윤석은 올 시즌도 KT 선발 2루수로 가장 많이 출전했다. 그리고 장준원은 24·25일 LG전에서 오윤석을 제치고 선발 2루수로 나섰다.
KT는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 살인 박경수의 후계자를 찾고 있다. 지난 시즌(2021) 전반기까지는 신인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 지명받은 권동진과 천성호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이후에는 이적생들이 주전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장준원이 가세하며 KT의 주전 2루수 경쟁이 더 뜨거워졌다. 그는 "기회가 왔으니까 LG에서 못다 한 꿈을 여기서 펼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