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차량 호출 1위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한국 혁신 모빌리티 생태계가 사양길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한 정부의 규제 도입 움직임과 택시 사업자 등 기득권 반발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사업 확장길이 막힌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철수는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2년 전 통과한 '타다 금지법'에 이어 선도 사업자의 퇴장까지 겹치면서 소비자에 고스란히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 "정해진 것 없다"…진실은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사측과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반대하는 전 계열사 임직원 서명운동을 시작한 전날 오전 급히 자리를 마련해 소통했다.
사측에서는 그룹 전체 현안을 포괄하는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의 김성수 센터장과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는 매각과 관련해 명확히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본지에 "다음 주에 변화한 상황에 대해 공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노조는 이날 판교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우천 예보와 신사옥 공사를 이유로 연기한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서로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도 주고받은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은 이달 중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 약 58% 중 40%가량을 사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려 결렬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회사는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지만 매각과 관련한 협상이 있었던 것은 인정했다. 결국 무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소식이 퍼지면서 또 다른 인수 희망자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사에 참석한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매각을 추진 중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야기가 잘못 나가면 안 된다"며 확답을 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의 불안은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한 직원은 "기분이 좋지 않다. (모회사인) 카카오가 너무 3자처럼 대응하고 있다"며 "확실한 설명도 없어 답답하다. 이런 모습은 우리뿐 아니라 향후 공동체 공존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하반기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중 질타를 받았다. 수익성 개선을 노린 요금 기습 인상과 대리운전 등 문어발 확장이 문제가 됐다. 가맹 여부에 따른 불공정 배차와 유료 멤버십 차별 의혹으로 택시 업계의 거센 저항이 일기도 했다.
실적 좋지만 앞날 '불투명'
이처럼 악재가 쌓이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앞날에 먹구름이 꼈다. 공항과 항만 등 관광 목적으로 사업을 제한해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를 시장 밖으로 내몬 타다 금지법 통과 사례와 유사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낮은 사업 확장성과 카카오의 브랜드 이미지 하락, 신사업 포트폴리오 이슈를 들었다.
분사 5년 만인 지난해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모빌리티 사업이 중장기 리스크에 고개를 떨구게 된 것이다.
위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업체를 인수하려고 하자 곧바로 업계에서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여객운송 분야에서 다른 영역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며 "매출 대부분은 중개수수료다. 인상하려고 해도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핸디캡(제약)을 가지고 사업 확장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카카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노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글로벌 성과를 내는 콘텐츠 사업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영역에 매각 대금을 투입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오랜 기간 대립각을 세웠던 택시 업계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국개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확실하게 나온 얘기가 없어 모니터링 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가 됐든 사모펀드 운용사가 됐든 업계에 실익이 있는 쪽으로 협상할 여지가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