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25)의 유니폼은 거의 매 경기 흙투성이가 된다. 몸을 사리지 않고 내던지기 때문이다.
황성빈은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1회 무사 2루에서 상대 투수 이영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10구까지 승부를 끌고 가더니, 결국 안타를 뽑았다. 이어진 1사 1·3루에서 전준우의 3루수 땅볼 때 2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간발의 차로 포스 아웃. 그의 유니폼은 시작부터 흙투성이가 됐다.
경남대 출신 황성빈은 2020년 롯데 2차 5라운드 44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곧바로 육군 8사단에 입대한 그는 지난해 10월 전역했다. 사실상 올해가 데뷔 시즌이다.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그는 5월 14일 한화 이글스전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 1-4로 뒤진 3회 초 데뷔 첫 타석에서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번트 안타를 완성했고, 상대 실책이 겹치자 2루까지 내달렸다. 이 과정에서 허리 벨트가 끊어졌다. 황성빈은 8회 번트 안타를 추가했다. 1군 데뷔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번트 안타 2개를 만든 선수로 남았다. 이후 그는 손아섭(NC 다이노스)의 FA(자유계약선수) 이적으로 남아있던 롯데 외야진의 한자리를 꿰찼다.
황성빈은 28일 기준으로 총 39경기에서 타율 0.298 25득점 6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드오프 안치홍과 테이블 세터를 구성했다. 출루율은 0.364.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리그 20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최근 27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찬스 메이커 역할을 한다.
황성빈의 매력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다. 몸을 아끼지 않고 전투하듯 뛴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황성빈은 그동안 롯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유형의 선수"라며 "그를 보면 전준호(롯데 퓨처스 코치)가 떠오른다"고 했다. 서튼 감독은 2005~2006년 현대 유니콘스의 외국인 타자로 뛰며 전 코치와 한솥밥을 먹었다.
황성빈은 지난 23일 KIA 타이거즈전 3-0으로 앞선 5회 초 1사 2루에서 상대 에이스 양현종으로부터 좌전 안타를 때렸다. 후속 이대호의 내야 땅볼 때 2루에 진루한 그는 유격수 박찬호의 1루 송구가 느슨한 틈을 타 3루까지 파고들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 그의 유니폼은 이렇게 흙으로 뒤덮이는 날이 많다.
이를 악물고 뛰고, 승리욕도 차고 넘친다. 삼진을 당하거나 아쉬운 플레이를 하면 숨기지 않고 표정으로 드러낸다. 사실상 1군 첫 시즌, 기회를 얻자마자 주전으로 도약한 원동력이다.
이대호 전준우 안치홍 한동희 정훈 등 롯데 주축 타자들은 타격에 비해 주력이 떨어진다. '악바리' 손아섭은 팀을 떠났다. 발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가 있어야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진다. 팀 도루 꼴찌(28개) 롯데에서 황성빈이 청량제 역할을 한다.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번트(안타 7개) 시도가 많고, 외야 수비를 가다듬어야 한다. 발은 빠르지만, 도루 성공률은 60%(성공 6개, 실패 4개)인 점도 개선해야 한다.
그래도 황성빈의 '전투 야구'는 롯데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악착 같은 플레이로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