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왼손 불펜 김재웅은 올 시즌 리그 홀드 1위다.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인상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의 강점 중 하나는 수직 무브먼트다. 사진은 지난 3월 한화 이글스와 연습경기에 등판한 김재웅의 모습. IS 포토 투수가 던진 공은 물리적으로 떠오를 수 없다. 중력의 영향 때문에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로 향한다. 그런데 공이 일반적인 궤적보다 덜 떨어지면 타자는 '공이 떠오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흔히 말하는 '라이징 패스트볼(rising fastball)'은 타자가 느끼는 착각이다. 투수의 수직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 값이 클수록 '라이징 패스트볼'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공은 곡선이 아닌 직선에 가깝게 날아간다.
왼손 투수 김재웅(24·키움 히어로즈)은 KBO리그 투수 중 수직 무브먼트가 가장 뛰어나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김재웅의 직구 수직 무브먼트는 36.9㎝(6월 28일 기준)로 최소 3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투수 중 1위다. 2위인 팀 동료 이승호(35.1㎝)보다 1.8㎝ 더 크다. 리그 평균이 27.2㎝라는 걸 고려하면 타자 입장에서 김재웅의 직구는 평균보다 10㎝ 가까이 '떠오르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타자가 힘껏 배트를 휘둘러도 좀처럼 정타로 연결되지 않는다.
김재웅은 체구가 크지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에 나오는 그의 프로필에 따르면 1m74㎝. 실제 키는 이보다 2㎝ 더 작은 1m72㎝다. 리그 평균인 1m82.9㎝(등록 선수 기준)보다 10㎝ 이상 작다. 투수의 키가 크고 팔이 길면 타자를 상대하기에 유리하다.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쪽에 만들어 타자의 체감 구속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웅은 투구 시 몸을 순간적으로 숙이면서 반동으로 키에 비해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그는 "가장 자연스러운 투구 폼으로 던지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릴리스 포인트가) 올라간다"고 했다. 단단한 하체와 강한 손목 힘으로 공에 회전을 주는 능력까지 탁월하다. 불리할 수 있는 신체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무기'로 만들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5월 1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8회초 김재웅이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키움 포수 이지영은 "김재웅은 릴리스 포인트가 높다. 그래서 수직 무브먼트도 좋은 것 같다"며 "낮은 공은 큰 차이 없지만, 스트라이크존(S존) 상단으로 오는 높은 공은 타자 입장에서 더 높게 보인다. 그래서 직구로 헛스윙을 많이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올해 S존이 넓어진 것도 김재웅에겐 희소식이다. '남다른' 수직 무브먼트를 적극적으로 활용, S존 상단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9.9㎞로 빠르지 않지만, 피안타율은 0.167로 낮다. 직구가 위력적으로 꽂히니 체인지업(피안타율 0.036)과 슬라이더(0.154)까지 덩달아 '언터처블'이 됐다. 직구와 체인지업 비율이 전체 구종 대비 80%를 넘어 자칫 투구 레퍼토리가 단조로울 수 있지만, 너끈히 극복해낸다.
김재웅은 올 시즌 키움이 발견한 '보물'이다. 불펜의 중심을 잡아주며 개인 기록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단일 시즌 20홀드 기록을 달성했다. 28일에는 이틀 연속 홀드를 따내 이 부문 1위(21개)를 질주했다. 2019년 김상수(현 SSG 랜더스) 이후 3년 만이자 역대 네 번째 '히어로즈 홀드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평균자책점까지 0.72(37과 3분의 2이닝 3실점)로 수준급이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김재웅이 '믿을맨'으로 성장했다. 그 바탕에는 알고도 공략하기 어려운, 특별한 수직 무브먼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