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로 NC 다이노스에 합류한 뒤 불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이용찬. NC 제공 지난해 5월 이용찬(33)이 NC 다이노스와 계약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용찬은 2020년 6월 토미존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를 받고 시즌 아웃됐다. 이 수술을 받고 복귀하기까지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2020시즌 뒤 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을 때 어느 팀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던 이유다. 미계약 상태로 2021시즌 개막전을 맞이한 이용찬은 쇼케이스로 몸 상태를 증명한 끝에 NC와 3+1년, 최대 27억원에 계약했다.
이용찬은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지난해 39경기 등판해 16세이브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더 안정적이다. 9일 기준으로 30경기 등판, 11세이브를 기록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세이브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평균자책점이 1.44로 30이닝 이상 소화한 KBO리그 불펜 33명 중 2위(1위 김재웅·0.70). 9이닝당 볼넷이 2.01개로 적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12로 수준급이다. 승계 주자 실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불펜 지표인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도 24%로 리그 평균인 35.3%보다 낮다.
이용찬의 프로 경력은 고비의 연속이었다. 입단 첫 시즌이던 2007년 스트레스로 인한 골절로 팔꿈치에 칼을 댔다. 2007년과 2013년에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네 차례 정도의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아 적지 않은 공백기가 있었지만 모두 극복하고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2020년 6월) 수술 후 재활 치료 기간 (야구장) 밖에서 야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야구에 대한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다. 재활 치료를 잘했기 때문에 팔꿈치 부상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 부분이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NC 다이노스가 올 시즌 순위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이용찬이 지키고 있는 뒷문 만큼은 기대 이상이다. NC 제공 지난겨울 NC 불펜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베테랑 임창민(현 두산 베어스)과 김진성(현 LG 트윈스) 박진우(은퇴)가 모두 방출됐다. 문경찬(현 롯데 자이언츠)까지 손아섭의 FA 보상 선수로 팀을 떠나 새판짜기가 불가피했다. 류진욱·김진호·김시훈을 비롯해 젊은 투수들이 불펜에 투입되면서 이용찬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그는 "마무리 투수는 어느 정도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지금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며 "조금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게 (후배들을) 이끌고, 마운드에선 실점을 최소화하자는 생각으로 투구하고 있다. 팔꿈치의 불편함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용찬은 겨우내 스트라이크존이 확장되는 걸 고려해 훈련했다. 그는 "스트라이크존 높낮이에 맞춰 줄로 (가상의 스트라이크) 라인을 만들어놓고 훈련했다. 높은 쪽 존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주 무기인 포크볼을 활용해 그는 존의 상단과 하단을 집중적으로 공략, 타자의 배트를 유인하고 있다. 김수경 NC 투수 코치는 "투수들은 수술 예후가 다양하다. 재활 치료를 잘해서 부상에 대한 부담 없이 던진다는 게 (순항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그런 부담을 덜고 던지면 더 자신 있게 투구할 수 있다"며 "확실한 주 무기가 있고 제구가 뒷받침되는 선수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NC의 성적은 하위권이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 겨우 앞선 9위. 주축 선수들의 잔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고전하고 있다. 이용찬은 "개인적인 목표는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하위권에 있으려고 팀을 옮긴 게 아니다.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우승까지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