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가 자체 홍보팀 인력을 강화하고 소통 강화에 나섰다. 무신사는 그동안 PR 대행사와 대내외 홍보를 펼쳐왔다. 그러나 '남성 고객 차별' 논란에 이어 가품 이슈까지 휘말리면서 인하우스(회사 내부)에서 위기관리를 직접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5월을 끝으로 PR 대행사와 계약을 종료하고, 6월부터 내부 홍보팀에서 모든 홍보를 직접 책임지고 있다. 규모는 총 4명으로 무신사스토어 외에도 29CM 등 지난해 인수한 자체 플랫폼까지 맡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홍보 조직을 강화해 소통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과거부터 존재했다"며 "지난해 말 팀이 강화된 뒤 나름대로 적응 기간을 거쳤고, 지난달부터 대행사 없이 인하우스에서 홍보를 맡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무신사의 홍보 전담팀 강화를 지난해부터 잇따르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서 찾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3월 여성 소비자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해 소비자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무신사는 당시 여성 소비자에게만 지급된 쿠폰은 여성용 제품 구매 시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남성 제품을 구매할 때도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창업주인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사과문을 올렸다.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됐다.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 늘어난 4667억원이었다.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90% 증가한 2조3000억원을 달성하면서 국내 패션 플랫폼 중 최초로 거래액 2조원 시대를 열었다.
무신사의 주요 고객은 무신사만의 스트리트 패션에 열광하는 10~20대 남성 소비자다. 남성 소비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남성을 차별한다는 비난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던 배경이다.
억울한 오해를 산 경험도 있다. 무신사는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이벤트 홍보 이미지에 들어간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남혐)’를 뜻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무신사는 작업 과정을 공개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성차별이라는 프레임을 벗겨내지 못했다. 파장이 컸다. 조 대표는 일련의 사고에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가품 논란에도 휘말렸다. 무신사 스토어가 올해 초 판매한 '피어오브갓 에센셜 티셔츠'가 타 경쟁 플랫폼인 네이버의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은 것이다. 피어오브갓 측이 솔드아웃이 판매한 티셔츠를 가품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무신사와 솔드아웃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논란이 반복되자 패션가에서는 무신사가 2조원에 달하는 거래액에도 위기관리에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덩치는 커졌는데, 홍보팀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탁월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이슈나 논란이 있을 때마다 PR 대행사를 통해 무신사의 입장이 나왔다. 무신사의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홍보 전담 조직 강화는 무신사가 위기관리와 직접 소통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