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으며 대중과 호흡하는 스타들이 이번엔 술에 빠졌다. 가수 박재범이 내놓은 소주는 없어서 못 팔 정도고, 많은 외식 체인을 거느린 사업가 겸 요리 연구가 백종원은 아예 양조장을 차렸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난 데다 ‘전통주’, ‘국산 수제 맥주’ 등 우리 것에 관심을 쏟는 MZ 세대의 큰 지지까지 받으며 스타들의 주류 역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박재범의 원소주는 고가 전략으로 승부했다. 22도에 달하는 원소주의 인기에 힘입어 여기서 또 한번 도수를 2도 올린 원소주 스피릿까지 출시했다. 1명에 1만 원을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박재범이 가지고 있는 힙한 감성이 색다른 것을 찾는 MZ 소비자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 더현대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판매해 오픈런 사태까지 빚었던 원소주는 이 같은 큰 인기에 힘입어 편의점으로도 발을 넓혔다.
임창정과 백종원은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함께 막걸리 역시 젊은 층이 사랑하는 술로 뜨고 있는 시기. 여기에 스타들까지 뛰어들며 막걸리는 한층 젊어졌다.
노래 ‘소주 한 잔’이 크게 히트한 이후 그 이름을 딴 술집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주류 관련 사업에 탁월했던 임창정은 지난 5월 임창정 미숫가루 꿀막걸리를 출시했다. 결과는 초도 생산 물량 10만병 완판. 막걸리에서도 임창정 파워가 통한 셈이다. 백종원 역시 크게 성장하고 있는 막걸리 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읽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에 양조장인 백술도가를 설립하고 지난 4월부터 백걸리 시판에 나섰다.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에 담아 파는 라인도 있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백종원은 “전통주 홍보를 하려면 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막걸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막걸리 시장은 2016년 이전까지 3000억 원대에 그쳤으나 지난해 5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임창정, 백종원 외에 다른 스타들의 막걸리 시장 진출도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다. 맥주 업계도 스타 모시기에 한창이다. 특히 이들은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한정 판매로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을 발 빠르게 움직이게 하고 있다. 칭따오는 지난달 신동엽의 얼굴이 새겨진 한정판 캔을 출시했고,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을 후원하는 등 젊은층과 접점을 늘렸다. 버드와이저의 경우 최근 MZ세대를 응원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보아의 얼굴을 담은 한정판 캔을 출시했다. 신동엽은 오랫동안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코미디언이며 보아는 어린 시절부터 꿈을 위해 정진한 열정과 도전의 상징. 칭따오 수입 유통사 비어케이 관계자는 “신동엽 캔은 보기만 해도 피식 웃음이 터지는 신동엽의 표정 라벨로 친근감을 높였다”며 “모임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정판 맥주들은 스타들의 얼굴을 담음으로써 그 스타가 가진 이미지를 브랜드에 수혈, 관련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