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는 13일 기준으로 정규시즌 71경기에서 타율 0.223(220타수 49안타)를 기록했다. 규정타석(266타석)을 채웠다면 KBO리그 44명의 타자 중 42위 수준. 정확도만큼 심각한 건 장타 생산 능력이다. 장타율이 0.295로 3할이 되지 않는다. 강민호가 3할 미만의 장타율에 머문 건 주전으로 도약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타석에서의 '가치'가 뚝 떨어졌다. RC/27이 2.57에 불과하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올 시즌 규정 타석 평균이 5.70이다. 강민호는 최근 두 시즌 연속 5점대 RC/27을 유지했지만 올 시즌에는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애플리케이션 데이터에 따르면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마저 –0.14다. WAR은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보다 팀에 몇 승을 더 안겼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건 그 선수를 기용하는 게 팀에 손해라는 걸 의미한다. 강민호가 주전 포수인 삼성으로선 팀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쉽게 볼 부진이 아니다. 강민호는 지난겨울 삼성과 4년, 최대 36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총 20억원, 인센티브 총 4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개인 세 번째 FA 계약에서도 '대박'을 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가 우려되는 포수 포지션이지만 삼성은 선뜻 '계약 기간 4년'을 보장했다. 계약 발표 직후 한 구단 관계자는 "강민호가 좋은 선수인 건 맞지만, 계약 기간은 2년이나 2+1년 정도가 적절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4년은 예상을 깬 조건"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FA 계약 첫 시즌 성적이 급락하고 있다.
'운'이 따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강민호의 올 시즌 인플레이 타구 타율을 의미하는 BABIP(Batting Averages on Balls In Play)가 0.250이다. BABIP는 보통 라인드라이브 타자나 주력이 좋은 타자들의 수치가 높다. 그만큼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로 연결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운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타구를 날려도 상대 호수비에 걸리면 BABIP 수치가 낮아지기 마련이다. 평균보다 BABIP가 크게 떨어지면 성적이 향상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민호의 2021시즌 BABIP는 0.291(리그 평균 0.328), 202시즌에는 0.292(리그 평균0.316)였다.
현재 삼성은 호세 피렐라와 오재일을 제외하면 홈런을 비롯한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팀 성적 반등을 위해선 통산 홈런이 292개인 '공격형 포수' 강민호가 페이스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FA 투자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