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응원 차원에서 사직구장을 7년 만에 방문해 더욱 의미 있는 승리였다.
출발점은 황성빈의 발이었다. 0-0으로 맞선 4회 선두 타자로 나선 황성빈은 유격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냈다. 하주석이 그라운드에 두 번 튕긴 공을 잡아 1루로 던졌지만 황성빈은 특유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몸을 던졌다. 결과는 세이프. 후속 이대호의 안타 때 3루까지 진루한 황성빈은 4번 타자 전준우의 2루 땅볼 때 홈을 밟았다. 이는 결승 득점이었다. 그는 경기 후 "내가 출루해서 득점까지 이어진다면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조건 출루하고자 달렸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황성빈의 발은 12일 경기에서도 빛났다. 선발 명단에서 빠진 그는 2-2로 맞선 8회 전준우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대주자로 교체 투입됐다. 후속 이대호의 유격수 앞 땅볼 때 하주석이 2루로 토스했지만, 이를 악물고 뛴 황성빈은 재빠르게 2루로 파고들어 병살타를 막았다. 타자 이대호만 1루에서 아웃됐다. 1사 2루에서 정훈의 중전 안타 때 과감하게 홈까지 질주했다. 타구가 짧았고, 한화 마이크 터크먼의 송구 능력을 고려하면 쉽게 하기 힘든 선택이었다. 하지만 태그를 피해 슬라이딩으로 홈 플레이트를 먼저 터치했다.
황성빈은 시즌 도중 혜성같이 등장했다. 경남대를 졸업하고 2020년 롯데 2차 5라운드 44순위로 입단한 그는 곧바로 육군 8사단에 입대했다. 지난해 10월 전역, 사실상 올해가 데뷔 시즌이다. 5월 14일 한화전에서는 1군 데뷔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번트 안타 2개를 기록했다. 이후 손아섭(NC 다이노스)의 FA(자유계약선수) 이적으로 남아있던 롯데 외야진의 한자리를 꿰찼다.
황성빈은 마치 '전투 야구'를 하듯 몸을 사리지 않고 내던진다. 유니폼은 늘 흙투성이로 뒤덮인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황성빈은 그동안 롯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유형의 선수"라고 한다. 이대호 전준우 안치홍 한동희 정훈 등 롯데 주축 타자들은 타격에 비해 주력이 떨어진다. 황성빈은 팀 도루 꼴찌(34개) 롯데 공격의 짜임새를 높여주며 청량제 역할을 한다.
타격도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지난 6일 SSG 랜더스전에서 노경은을 상대로 '프로 데뷔 첫 홈런-1번 타자-초구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10일 KT 위즈전에서는 데뷔 첫 4안타를 날렸다. 그는 팀의 3연승 기간 동안 손과 발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가 3연승을 달린 건 6월 12일 KT~15일 한화전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황성빈은 13일 기준으로 51경기에서 타율 0.292 34득점 7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월별 타율은 0.289에서 0.304 사이로 꾸준하다. 그리고 악착같은 플레이로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