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은행권의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정판에 선착순으로 판매되는 특판 상품에는 명품 구매를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선다는 일명 '오픈런'까지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역 머니무브'에 은행권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증가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의 6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210조5000억원으로 한 달 새 23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74조4000억원 불어났다. 특히 정기예금 잔액이 790조1000억원으로 수신 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달 대비 9조5000억원, 상반기에만 46조원이 증가했다.
금리 상승기 맞아 은행권이 내놓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선착순, 한정으로 판매되는 특판 상품의 경우 '오픈런'도 불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초 지역 새마을금고에서는 연 6%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은 오픈런 사태를 일으키며 아침부터 영업점 앞에 긴 줄이 형성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분당 정자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최대 연 6% 금리 특판 적금을 들려고 방문했는데, 아침 9시 20분에 갔는데도 이미 7명이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직원이 오늘 적금이 마감될 거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경기의 한 신협에서도 연 6% 금리의 정기적금 특판 상품이 판매된다는 소식이 재테크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지면서 반응이 뜨거웠다. 월 최대 100만원씩 납입해 12개월 넣으면 세전 39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한 소비자는 "자정까지 기다렸다가 신협 '온뱅크'로 가입했다"며 "현장은 줄이 길 것 같아 온라인으로 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가입도 몰리는 건 마찬가지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일에도 '코드K자유적금'에 연 5.0%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행사를 진행했는데, 앱 공지 후 '오픈런'으로 가입자가 몰리면서 이틀 만에 10만좌를 돌파했다. 이에 같은 달 한 번 더 선착순으로 상품 가입을 받는 오픈런 이벤트를 내놨는데 역시 완판됐다.
이런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고금리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우체국은 신한카드와 손잡고 최대 연 9.2%짜리 적금을 내놓기도 했다.
시중은행은 줄줄이 수신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14일 22개 적립식 예금(적금) 금리를 0.25∼0.80%포인트, 8개 거치식 예금(정기예금) 금리를 0.50∼0.90%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21개 정기예금 금리의 경우 0.25∼0.50%포인트, 25개 적금 금리의 경우 0.20∼0.80%포인트 인상했다. 우리 SUPER 주거래 적금 금리는 최고 연 3.65%에서 최고 연 4.15%가 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선제적으로 25개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올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표 적립식 예금인 '신한 알·쏠 적금' 1년 만기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3.20%에서 3.70%로 올랐다. 국민은행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검토 중으로, 다음주 초 수신 상품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시장이 침체해 투자 열풍이 식으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선착순으로 상품 판매가 완료되는 적금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영업점 방문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