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축제 현장에서 '신스틸러'로 인정받으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황대인(26) 얘기다.
황대인은 지난 15~16일 열린 2022 KBO리그 올스타전에 초대받았다. 나눔(LG 트윈스·키움 히어로즈·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한화 이글스) 올스타 1루수 부문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당당히 '베스트12'로 선정됐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서는 올스타전 무대였다.
황대인은 15일 열린 홈런 레이스부터 주목받았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박병호(KT 위즈), 김현수, 오지환(이상 LG 트윈스), 한유섬(SSG 랜더스) 그리고 팀 선배 나성범 등 현재 리그 대표 스타 플레이어들과 경쟁했다.
첫 주자로 나선 그는 팀 선배 최형우의 배팅볼을 받았다. 최형우는 투수가 아닌 야수다. 종종 낮은 공이 들어오며 영점이 흔들리기도 했다. 황대인은 선배를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그 모습이 경기장을 찾은 관중, TV 중계로 이 모습을 시청한 야구팬에게 웃음을 안겼다.
황대인은 5번째 아웃카운트까지 1개도 담장을 넘기지 못했지만, 이내 최형우와의 호흡이 좋아지며 6번째 타구부터 4연속 홈런을 치며 장내를 열광시켰다. 홈런 레이스 최종 기록은 4홈런. 하위권에 그칠 것으로 보였지만, 이후 나선 김현수·한유섬·나성범·박병호가 모두 4개로 동률을 이루면서 황대인도 체면치레했다.
강렬한 올스타전 데뷔 무대를 가진 황대인은 이튿날 열린 본 경기에서 더 빛났다.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2회 초 첫 타석부터 상대 투수 소형준(KT)으로부터 깔끔한 안타를 쳤고, 4회 2번째 타석에서는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에게 볼넷을 얻어냈다. 이날 나눔·드림(KT·두산 베어스·삼성·SSG·롯데) 팀 투수들 모두 전력투구로 나섰기에, 황대인의 멀티 출루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나눔 올스타의 승리 발판도 황대인이 놓았다. 1-3으로 끌려가던 8회 초 무사 1루에서 상대 투수 최준용(롯데)의 시속 142㎞ 몸쪽(오른손 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해,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홈런을 쳤다. 경기 막판 승부 균형이 맞춰지자, 잠실구장이 들끓었다.
나눔 올스타는 연장 10회 초 정은원(한화)이 오승환(삼성) 대신 마운드에 오른 SSG 포수 김민식을 상대로 우월 스리런 홈런을 치며 6-3으로 달아났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나눔 올스타가 승리했다. 정은원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뒤 동점으로 연장 승부를 만든 황대인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황대인은 이날 나온 가장 익살스러운 퍼포먼스를 '빌드업'하기도 했다. 4회 초 타석에 앞서 팀 동료 양현종·류지혁·나성범과 도열, 3루 쪽 관중석을 향해 양손을 'ㅅ' 모양으로 반복하는 소크라테스 브리토(KIA)의 응원곡 율동을 유도했다. 황대인은 소크라테스와 콤비를 이루는 사이. 지난 2일 SSG전에서 김광현의 공에 얼굴을 맞고 골절상을 입은 뒤 현재 재활 치료 중이다. 황대인은 부상 탓에 올스타전에 참석하지 못한 소크라테스의 응원곡과 율동 소환해 KIA팬을 달랬다.
이때 드림 올스타 더그아웃에서 갑자기 김광현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이어 1·3루 관중석을 향해 연이어 큰절했다. 소크라테스, KIA팬을 향한 사죄 인사였다. 이미 김광현이 거듭 사과하고, 소크라테스도 화답한 일화가 알려진 상황. 이날 김광현의 큰절은 황대인이 마련한 응원 퍼포먼스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황대인은 5월 31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KIA 4번 타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6월 타율 0.205에 그치며 타격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12일 LG전에서 2루타 2개와 2타점을 기록하며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 14일에는 잠시 내줬던 4번 자리도 되찾았다.
리그 최고의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올스타전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황대인도 '자존감 향상' 효과가 기대된다. KIA는 5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황대인이 살아나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