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 세계 1위다. 현대중공업을 이끄는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선박계 테슬라’를 꿈꾸며 또 다른 분야에 세계 1위를 겨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자율운항에서 퍼스트 무버로 앞서 나가며 바닷길 개척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 대형 선박 자율운항 선구자 아비커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사내벤처인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세계적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12인승 크루즈 선박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한 뒤 올해 6월에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 대양횡단이라는 역사를 쓰며 ‘선박계 테슬라’로 떠올랐다.
아비커스는 SK해운과 함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인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선박에는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인 하이나스 2.0이 탑재됐다. 총 운항거리 2만km로 이중 절반인 1만km는 하이나스 2.0 적용으로 자율운항이 이뤄졌다.
하이나스 2.0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스마트십솔루션 아래 최적의 경로와 항해 속도가 생성되는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이 날씨, 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 명령까지 내리는 등 조종·제어가 가능하다.
대형 상선의 대양횡단은 아비커스가 처음이다. 업계에서도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경쟁사들의 글로벌 자율운항 현황을 살펴보면 아비커스처럼 장거리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친 사례가 없다. 일본 MOL은 올해 초 소형 컨테이너선을 270km 항해했고, 노르웨이 ‘야라버클랜드’호는 올해 중 14km의 자율운항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롤스로이스의 소형 페리선은 이제 40~50km 구간에 자율운항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자율운항 분야에서 리딩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아비커스만 1만km의 긴 거리를 실제 운항하는 상선에 적용해 성공했다. 다른 경쟁사들은 대부분 짧은 거리의 자율운항에 적용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운항 2단계지만 기술력은 완전 자율운항인 4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의 국제협약에 의거한 ‘해사안전법’과 ‘선박안전법’에 따르면 모든 선박은 운항 중 조종석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적인 제약만 아니면 아비커스도 무인 자율운항이 가능하다”고 했다.
레저보트 시장 진출, 308조 시장 겨냥
정기선 대표는 자율운항과 미래 선박 등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아비커스와 미국선급협회(ABS)가 맺은 선박 자율운항기술 단계별 기본인증 및 실증 테스트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도 참석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2357억 달러(약 30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각광받는 분야다.
선박 자율운항은 자동차 자율주행과는 달리 진입 장벽이 높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에서는 흰색 차선을 인식해서 구동되는데 선박은 차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과 조류 등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50년 역사의 현대중공업의 인프라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운항 분야의 선도를 약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선 시장보다 큰 레저보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임 대표는 “현재 ‘하이나스’로 210개 수주에 성공했다. 올해 하반기에 하이나스 2.0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레저보트 자율운항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여 미국 국제보트쇼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운항에서 데이터 축적이 가장 중요한데 현대중공업그룹은 선박 제어 등의 데이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