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56) KT 위즈 감독이 신음하는 한국야구를 구원할 임무를 맡았다. '우승 감독'이 '명장' 반열에 오르는 걸음을 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국가대표팀 기술위원회를 개최, 이강철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KBO는 "단기전에서 마운드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 그 점을 고려해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이강철 감독은 KBO리그에서 투수 코치로 오랜 경력을 쌓았다. 뛰어난 분석 및 효율적인 기용 능력을 높이 평가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2017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투수 코치를 역임한 바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류중일 감독(당시 삼성 라이온즈) 이후 8년 만에 현역 프로팀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사이 야구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사상 처음으로 전임(專任) 감독을 맡은 선동열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후 선수 선발 논란 탓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뒤를 이은 김경문 감독은 2019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 치른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이 동메달조차 따지 못해 큰 비난을 받았다.
선수들 몸값은 매년 치솟고 있지만,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망신을 당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KBO리그는 '위드 코리아' 시대와 함께 다시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있지만, 대표팀의 경쟁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더구나 메이저리거들도 참가하는 WBC는 최고 수준의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야구는 2013·2017년 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의 어깨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선수 선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KBO리그 최고 투수로 성장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선발부터 쉽지 않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폭력 전력이 밝혀져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제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WBC는 메이저리그(MLB)가 주관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체육회의 징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안우진의 대표팀 승선 여부를 두고 야구팬의 여론이 갈리고 있다. 감독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만년 꼴찌'였던 KT를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선수 시절 '2인자' 꼬리표를 떼어내고 최고로 인정받았다. 현재 대표팀이 처한 악재를 이겨내고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지도자로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도 WBC 감독 발탁을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강철 감독은 "(리그에서) 우승한 덕분에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게 됐다. 책임감을 느낀다. 야구팬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