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박종훈은 지난달 3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등판 전 정해 놓은 한계 투구 수(60구)를 고려해 54구만 던졌다. 빠른 공은 최고 시속 137㎞를 기록했다.
지난해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던 박종훈에게는 이날 경기가 429일 만의 복귀전이었다. 돌아오는 길이 쉽진 않았다. 지난해 팀 동료 문승원과 비슷한 시기에 수술을 받았지만, 박종훈의 회복 페이스가 더 빨랐다. 1군 복귀를 6월 초로 잡고 준비했으나 갑작스럽게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주사 치료에 제약이 걸리면서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해졌다.
예정보다 두 달 가까이 늦게 복귀전을 치렀지만, 박종훈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실점을 하지 않았고, 투심 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시속 132.6㎞(스탯티즈 기준)에 이를 만큼 좋았다. 수술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천적을 상대로 한 호투였기에 더 값졌다. 이날 전까지 KIA는 박종훈에게 가장 까다로운 상대였다. 통산 성적이 2승 9패 평균자책점 6.32. 9개 구단 중 가장 난적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제구 난조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고비마다 삼진과 범타를 잡아내며 KIA 타선을 틀어막았다. 1회 1사에서 이창진과 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했다. 2회에는 볼넷과 도루로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역시 삼진과 뜬공으로 막았다. 3회 역시 1사 2루에서는 땅볼과 삼진으로 실점 없이 마무리해냈다. 아직 완벽하진 않아도 '핵잠수함'다운 모습이 엿보였다.
이날 경기는 후반기 SSG의 마운드 구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박종훈이 짧은 이닝만 소화했지만, 선발에서 불펜으로 변신한 오원석이 3이닝을 소화하며 빈자리를 채웠다. 필승조가 두꺼워지면서 부담을 던 김택형은 깔끔하게 뒷문을 걸어 잠갔다. 언더스로-좌완-우완-좌완으로 이어지는 계투 조합이 안정적이었다.
박종훈이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SSG의 후반기 질주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날 승리로 7월을 16승 3패(승률 0.842)로 마친 SSG가 현재 승률을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98승까지 거둘 수 있다. 종전 두산 베어스가 두 차례(2016·2018년) 기록한 93승을 가뿐히 넘는 수치다.
SSG와 2위 키움 히어로즈의 승차는 7경기에 달한다. 2일부터 치러지는 서울 고척 3연전에서 승차를 더 벌린다면 SSG는 후반기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