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가 사는 현실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 이야기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재림 감독이 10년 전 기획해 팬데믹 전에 크랭크인했음에도 2022년 대한민국의 모습과 맞닿아있다. 베테랑 형사 인호(송강호 분)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을 제보받고 수색하던 중 용의자가 자신의 아내와 같은 비행기에 탔음을 확인한다. 비행공포증이 있음에도 딸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른 재혁(이병헌 분)은 탑승 전부터 수상하게 주변을 맴돌던 한 남자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것을 알게 된다.
곧이어 생화학 테러로 인해 사망자가 나오고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이 소식이 지상까지 전해지고, 인호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 분)는 비행기를 착륙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밀폐된 공간 속 생화학 테러를 소재한 영화는 도망갈 곳 없이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공포감을 담아냈다. 살기 위해 감염 의심이 있는 학생들을 다그치는 승객, 비행기의 착륙을 막는 일부 국민, 설전을 펼치는 정부 관계자 등 다양하고 지독히 현실적인 인간 군상은 국민 모두, 아니 전 세계인이 경험한 코로나 팬데믹의 시국을 연상시킨다.
‘비상선언’은 실제 비행기를 옮겨 놓은 연출로 끔찍한 항공 재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360도 회전 시퀀스를 완성하기 위해 한국서 직접 제작한 롤링 짐벌을 투입, 실제 크기의 항공기 세트를 돌려가며 촬영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하늘 위에서 맞닥친 재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며 몰입감을 더한다. 여기에 말이 필요 없는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등의 열연은 물론, 설인아, 이열음, 문숙 등 조연 배우들의 호연도 눈에 띈다. 약 4개월 간의 심사를 거쳐 발탁된 승객 역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하지만 눈물을 쏙 빼고야 말겠다는 의지 가득한 신파적 요소는 후반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재난 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음을 알면서도 지나치게 강조된 신파적 요소가 감정선을 해치고, 결국 기존의 재난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여기 더해 애매한 엔딩은 왠지 모를 씁쓸함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