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에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7월 판매 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자동차와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부품난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쌍용자동차와 기아는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신차 효과에 힘입어 증가세를 나타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쌍용차·르노코리아·한국GM 등 완성차 5사의 7월 내수판매는 총 12만2134대로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다.
상반기에 비하면 감소폭을 줄였지만, 업체별로는 쌍용차와 기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5만6305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그랜저(6777대), 쏘나타(4412대), 아반떼(4697대) 등이 판매를 이끌었지만, 전체 실적 부진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우려되는 가운데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인플레이션 확대 및 경기 불황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같은 기간 4257대 판매에 그쳤다. 전년 대비 14.1% 감소한 수치다. 부실한 라인업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2년 넘게 신차가 없어서는 내수 판매를 끌어올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올가을 출격을 앞둔 'XM3 하이브리드' 모델이 내수 판매 반등의 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GM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렇다 할 신차가 없다 보니 지난달 4117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15.7% 하락했다.
실적 부진에 빠진 3사와 달리 쌍용차는 인기 신차인 '토레스'를 앞세워 내수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61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7.9%의 성장률을 보였다. 쌍용차가 내수 판매 600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6277대) 이후 8개월 만이다.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토레스가 쌍용차의 내수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출고를 시작해 실판매기간이 2주에 불과했지만 2752대나 판매됐다. 그 덕에 그동안 3~4% 수준에 머물던 완성차 5사 내 쌍용차의 점유율도 5%까지 치솟았다.
전망도 밝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물량 공급에 한계가 있었지만, 계약 물량이 5만대를 넘어선 만큼 8월부터 영업일수 내내 판매가 이뤄진다면 물량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토레스의 안정적인 양산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달 11일부터 평택공장을 2교대로 전환 한 바 있다.
기아는 지난달 국내에서 5만1355대를 판매해 '형님' 현대차를 위협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6% 성장했다. '쏘렌토'가 6940대 팔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K8'(4807대), '레이'(4125대), '모닝'(3278대) 등도 힘을 보탰다.
기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상황이지만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으로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